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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엔 '가상현실'이 '진통제' 대신한다

[박영숙의 미래여행]

[편집자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3632명으로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이 중 4만2000여명이 오피오이드(Opioid) 남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 100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총기·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많은 숫자다. 

오피오이드는 아편(opium)과 오이드(oid·∼와 비슷한)의 합성어로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 마취물질이다. 원래는 말기 암환자나 큰 수술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진통제였으나 1990년대 후반 FDA가 진통제 처방 규정을 대폭 완화하면서 현재의 오피오이드 위기가 촉발됐다.

최근 미국에서 오피오이드계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피오이드뿐만 아니라 펜타닐 등 중독성이 강한 합성 약물의 과다복용으로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더불어 지난 3월엔 오피오이드 불법 거래상을 사형에 처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피오이드 근절'을 주요 정책목표 중 하나로 선정해 처방 남용과 약물 불법 공급, 부족한 치료 시설에 대한 대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3년동안 오피오이드 처방건수를 3분의 1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이용해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제공하고 있다. 가상현실을 통증 치료에 사용한 것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대학교의 인지심리학자인 헌터 호프만(Dr. Hunter Hoffman)은 '스노우 월드(Snow World)'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스노우 월드는 얼음으로 덮인 협곡을 여행하며 북극곰과 펭귄, 눈사람의 공격을 눈덩이를 던져 막아내는 3D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화상 피해자들의 통증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의사들은 이를 '정신 산만의 원리'로 설명했다. 이는 인간의 뇌가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에 대해 무감각해진다는 원리다. 

어플라이드VR(AppliedVR)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조시 잭먼(Josey Jackman)은 "인간은 멀티태스킹을 잘하지 못해 환자를 고통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다른 것에 집중하게 만들면 물리적 통증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잭먼은 'TV나 오디오보다 가상현실이 주위세계에서 차단하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태블릿이나 TV와 같은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이 초점을 다시 흐리게 만들며 통증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의 능동적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단지 화면을 바라보는 수동적 형태보다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가상현실 치료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 보다 두 배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붕에서 떨어져 심각한 통증을 앓던 한 미국인 환자는 가상 현실 치료를 통해 오피오이드 사용을 중단할 수 있었다.

만성 통증은 미국에서 가장 흔한 질병의 하나다. 급성통증보다 치료가 어렵고 고통이 큰 만성 통증은 환자의 모든 의욕을 사라지게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가상현실 게임은 '일시적인 통증 완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만성 통증엔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플라이드VR은 가상현실이 만성 통증에 대한 실행 가능한 치료방법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임상데이터를 얻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게임은 이렇다.

환자는 VR기기를 착용한다. 연구진은 센서를 이용하여 환자의 호흡을 모니터링한다. 환자가 안정된 호흡을 유지하면 환자는 VR 헤드셋을 통해 복잡한 수수께끼 같은 구조를 보게 된다.

잭먼은 "이런 프로세스가 환자가 통증을 극복하기 위해 호흡을 조절하고 이완시키는 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가 자신의 통증을 직면하고, 신체 변화를 통제해 보상을 받는 게임을 함으로써 고통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잭먼은 가상현실이 오피오이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통증 치료의 핵심 기술일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가상현실은 만성 통증 치료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통증 치료제보다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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