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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선생, 입만 열면 청산유수"…남북인사 개성서 환담

北 리선권 특유의 '입담' 과시 "지난 10년간 못했던 일 몽창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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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2018.8.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2018.8.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14일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남북의 인사들은 개소식을 앞두고 환담을 나눴다.

이날 개소식에는 우리 측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국회 초대 연락사무소 소장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 외교안보 인사와 국회·정부·학계·시민단체·통일 유관기관 등 각계 인사 52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와 전임 통일부(원) 장관인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 정세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포함됐다.

박병석·진영·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개소식에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조 장관의 고위급 회담 카운터파트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해 초대 연락사무소 소장인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과 박용일 부위원장,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5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특유의 '입담'을 과시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 측의 정부 및 국회 고위 인사 사이에서도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리 위원장은 조 장관 등 우리 측 인사들에게 "서울에서 뵌 게 엊그제 같은 데 벌써 몇 달이 됐다"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조 장관이 다소 의례적인 어투로 "올여름이 유난히 더웠고 비도 많이 왔고 쉽지 않았다"라며 "북측이나 남측 인원들이 짧은 기간 협력해서…"라고 인사를 이어가자 리 위원장은 불쑥 조 장관의 말을 끊으며 "이거 정말 무슨 말을 제대로 못 하갔어. 원고 가지고 딱 말해야지"라며 웃었다. 이에 좌중이 함께 폭소를 터뜨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문정인 특보가 이에 "리 선생이 덕담의 선수 아니냐. 덕담하면 된다"라고 말하자 정세현 전 장관도 리 위원장을 가리키며 "청산유수야, 입만 열면 청산유수"라고 거들었다.

리 위원장은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답게 오가니까 얼마나 좋나"라며 "조선말(북한식)로 '지지고 붙고'라고 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붐비고 오가니까 얼마나 좋나"라고 말을 이어갔다 

문 특보가 "리 선생이 그렇게 되게 만들어 달라"라고 하자 리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라고 응수했다. 조 장관도 "오늘 또 한 걸음을 걷게 됐다. 말씀하신 대로 더 좋은 분위기를 위해 한걸음 한걸음 가겠다"며 문 특보에 말에 한마디를 보탰다.

리 위원장은 이에 마치 회담에서 기조발언을 하듯 "한강이 얼어붙을 정도의 날씨가 지나가고 4월 27일(남북 정상회담)에 꽃이 폈다"며 "그간 (남북이) 참 많은 것을 했다. 지난 10년간 못했던 일을 몽창(몽땅) 하느라… 정말 기하급수적인 숫자를 연발하면서 이렇게 돼 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회담도 많이 하고 접촉도 많이 했다"라며 "(앞으로) 만나면 다 좋은 합의들이 있을 것이다. 그게 모이면 결국 북남관계 개선과 발전의 주 요인들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번엔 조 장관이 "말씀 시작하시냐"라고 농담을 건넸고 다시 좌중이 함께 폭소를 터뜨렸다. 

리 위원장은 남북이 올해 세 차례 진행한 고위급 회담에서도 "회담을 공개적으로 하자"는 돌발 발언을 하는 등 회담 대표로서의 자신감 있는 입담을 과시한 바 있다. 특히 회담을 취재하는 남측 취재진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등 과거 북한의 회담 대표단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리 위원장은 이날 우리 측 대표단이 개성 현지에 도착한 직후 조 장관과 인사를 나누면서도 취재진에게 "그림도 안 되는 것을 찍고 그러냐"며 농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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