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부모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9.29/뉴스1 © News1

제주퀴어문화축제가 29일 동성애 반대 단체와의 충돌 우려 속에서 막을 열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이날 낮 12시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탐나는 퀴어'라는 주제로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퀴어문화축제는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제주에서는 지난해 10월 처음 개최됐다.

이날 축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성소수자 단체와 시민단체, 진보 정당 관계자 등에서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환영사에서 "퀴어축제는 우리가 살아있음을 축하하고자 하는 축제"라며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색으로 다채롭게 빛나고 있는데 그 빛이 함께 어울러지며 자긍심 넘치는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의 환경사에 이어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모임, 연대단체들의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 "혐오를 멈춰달라" "어떤 모습이어도 사랑한다" 등 성소수자들을 존중해줄 것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성소수자인 아들과 함께 제주를 차아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를 지키던 B씨(48‧전북‧여)는 "아들과 대화도 나누지 못했지만 같은 상황의 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내가 받은 지식과 힐링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강예지양(18)은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차별받아선 안된다는 마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며 "주변 또래 아이들도 대부분 성소수자들을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오후 4시30분 신산공원 입구에서 문예회관4가, 광양4가, 고산동산4가를 경유해 다시 신산공원까지 돌아오는 거리 행진을 펼칠 계획이다.

29일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2018.09.29/뉴스1 © News1

29일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열린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부모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18.09.29/뉴스1 © News1

하지만 동성애 반대 단체가 맞불집회를 예고해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앞서 대구와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A씨(64·여)는 "안타까운 마음에 어린 친구들을 말리고 싶어서 제주까지 오게 됐다"며 "동성애가 병이라는 걸 알고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막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A씨를 비롯해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보수단체는 오후 2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동성애 저지 등을 위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이들 역시 약 500명 규모로 집회 신고를 냈다. 

이후 오후 3시30분부터는 퀴어축제 참가자들의 거리 행진 동선과 맞물리는 위치에서 거리 행진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경찰은 주최 측과 반대 측 간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축제장 주변에 7개 중대 5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집회 행렬이 신속히 통과하게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신산공원에서 고산동산4가까지 1개 차로를 전면 통제한다.

한편 앞서 지난 8일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는 퀴어축제 개최를 놓고 반대 측과의 몸싸움이 발생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5명, 공무집행 방해 2명, 교통방해 1명 등 8명이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9일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제2회 제주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축제장 주변을 통제하며 반대단체와의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2018.09.29/뉴스1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