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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짐꾼, 여자는 약자냐" 서울시 '히어로존' 결국 철거

지하철서 서로 돕자는 취지에도 성차별 디자인 논란
"젠더 감수성 부족" 섣부른 정책이 부른 '혼선'

[편집자주]

지하철 히어로존(서울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 제공).© News1
지하철 히어로존(서울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 제공).© News1

서울 시청역에 시범 설치된 '히어로존'이 성차별 논란에 휩싸여 결국 철거된다. 도움을 주는 사람을 남성, 도움을 받는 사람은 여성으로 표현해 성역할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히어로존은 지난 8월28일부터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8번, 11번, 12번 출구 쪽에 설치돼 있다.

'히어로존'은 서울시가 2015년부터 추진 중인 디자인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시민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직접 생활문제를 발굴하고, 디자인을 통해 해결한다는 취지다.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에서 심사와 시민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짐이 많은 여행객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히어로존'에 서 있으면 주변에 있는 사람이 도와주는 방식이다. 히어로존에는 '90초. 평범한 당신이 히어로가 되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을 유도한다.

히어로존 이용방법(서울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 제공).© News1
히어로존 이용방법(서울 디자인거버넌스 홈페이지 제공).© News1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도와준다'는 취지와 달리 예상치 못한 성차별 논란으로 번졌다. 히어로존 이용방법 안내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여성, 도움을 주는 사람을 남성으로 표현한 것을 두고 '남자가 짐꾼이냐', '시대 착오적 발상'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서울시 관계자도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점은 인정한다"며 "앞으로 디자인 작업에 더 유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범 운영이 끝나는 이달 말 지하철 히어로존을 철거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청역은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예정대로 철거하고, 디자인 변경 후 다른 역으로 확대 적용 여부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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