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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 묶인 진에어 새옹지마?…대형항공기로 돌파구 마련한다

B777 4대 탄력 운용…日 수요 부진 속 탑승객수 확보
국토부 제재 오히려 이익방어에 긍정적 평가도

[편집자주]

B777-200ER(진에어 제공)© News1
B777-200ER(진에어 제공)© News1

정부 제재를 받고 있는 진에어가 국내 저비용항공(LCC) 시장에서 대형항공기 운용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과 탄력적인 기재 운영 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쟁 LCC가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제를 받고 있는 점이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중대형 기체 B777기 4대, B737 22대를 운영하며 기존 LCC와 차별을 꾀하고 있다. 국적 LCC 가운데 대형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진에어가 유일하다.

진에어는 올해 하계시즌(3월 말~10월 말) 동안 국내외 총 13개 노선에 B777기를 투입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항공편을 운용해 왔다.

예를 들어 증편이 어려운 노선의 경우 B777-200ER 항공기를 투입하면 B737-800 2대를 운영하는 효과를 얻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B777-200ER의 좌석수는 393석으로 기존 LCC가 운용하는 B737-800(189석) 항공기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좌석 공급이 가능하다.

또 노선이 비수기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슬롯 포화 상태인 김포~제주 노선에 좌석이 많은 B777기를 투입해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운용도 가능하다.

실제 항공정보포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B777기가 투입된 10개 국제선 가운데 다낭, 코타키나발루 등 4개 노선에서 진에어가 가장 많은 여객을 수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 LCC는 물론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보다 많은 여객수다.

먼저 인천~다낭 노선에서 진에어는 9월 총 4만2244명을 수송해 가장 많은 여객수(탑승객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2만8132명, 제주항공이 2만8073명, 티웨이항공이 2만69명, 이스타항공이 1만9246명, 아시아나항공이 1만7773명, 에어서울이 1만170명을 수송했다. 마찬가지로 B777기를 투입한 두 대형항공사보다 많은 여객수다.

자연재해 여파 등으로 9월 국내 LCC의 일본 노선 여객수가 전체적으로 감소한 가운데 진에어의 대형항공기 운용은 여객수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인천~후쿠오카 노선에서는 4만7108명을 기록해 제주항공(3만9045명), 아시아나항공(3만357명), 대한항공(2만8887명), 티웨이항공(2만2353명), 이스타항공(1만8397명), 에어서울(1만557명)을 앞섰다.

인천~오키나와 노선에서는 진에어가 1만5512명의 여객을 수송했다. 뒤를 이어 이스타항공이 1만408명, 티웨이항공이 9881명, 제주항공이 9696명, 대한항공이 8436명, 아시아나항공이 8203명, 에어서울이 2010명을 기록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LCC끼리 경쟁한 인천~코타키나발루 노선에서는 진에어가 1만8195명으로 가장 많은 여객을 수송했다. 에어서울(1만683명), 제주항공(1만455명), 이스타항공(9916명)이 그 뒤를 이었다.

B777기만 갈 수 있는 호놀룰루 노선에서는 대한항공이 2만3593명, 아시아나항공이 9029명을 기록한 가운데 진에어는 7272명을 수송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120편, 60편의 운항편을 띄운 반면 진에어는 26편의 운항편만 띄웠다. 적은 운항편으로 기존 LCC가 멀어서 가지 못했던 노선에도 항공기를 투입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현재 진에어는 정부 제재로 항공기 도입과 신규노선 취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달리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경쟁 LCC는 공격적인 기단 확대와 지방을 중심으로 노선을 확장 중이다. 진에어가 이미 보유한 대형항공기를 통해 장거리 노선 운항 및 탄력운용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진에어가 정부 제재로 항공기 추가 도입과 노선 확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LCC가 경쟁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최근 원화약세와 경기 둔화 등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0일 "항공편을 늘리지 못하는 만큼 운임 제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류비 부담과 외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타이트한 공급관리는 단기적으로 이익 방어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16일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국토부의 신규항공기 등록 및 신규노선 취항 제한이 최근 업황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진에어는 지난 28일부터 시작된 동계시즌에도 노선별 수요에 맞춰 탄력운용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세부, 코타키나발루 등 동남아 노선은 증편하는 반면, 계절적 여객 수요가 많지 않다는 판단 하에 호놀룰루 노선은 오는 12월까지 운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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