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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수놓은 '트랜스젠더' 삼색 깃발…"우리도 살고 싶다"

"사회 모든 곳에 차별과 편견 존재…트랜스젠더도 사람이다"

[편집자주]

(트랜스해방전선 제공) © News1
(트랜스해방전선 제공) © News1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인 20일을 사흘 앞둔 17일 이태원 한복판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혐오 범죄의 희생자가 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혐오 표현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랜스해방전선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입구 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총 200여명이 추모의 의미를 담아 검은 옷을 입고 참석했다.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분홍·파랑·흰색의 삼색기와 LGBT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도 쌀쌀한 겨울 바람에 나부꼈다.

트랜스젠더 활동가 라라는 "학교와 직장, 가정, 군대 등에서 공기처럼 차별과 편견이 존재한다"며 "법적 성별을 정정하는 법률 제정은 통과되지 않고, 건강과 경제적 이유로 수술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수술을 받아야만 (성별정정을) 인정해주는 요건이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의 세야 활동가는 커밍아웃 이후 관계가 단절된 가족의 동의서를 받지 못해 성별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세야는 "우리는 보이는 성별과 주민등록번호에 기재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곳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국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미용성형이라며 트랜스 의료지원도 하지 않는다"며 "이 또한 국가가 트랜스젠더들을 사지로 내몰아 죽게 만드는 국가폭력이자 혐오범죄"라고 비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수역 폭행 사건'이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가 발생하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수진 정의당 여성주의자모임 운영위원 또한 "여성의 외양을 하고 있지 않다며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에게 가해진 폭력과 다름없다"며 "사회가 원하는 젠더 고정관념에 일치하지 않을 때 가해지는 폭력은 트랜스젠더와 소위 '티부(외모만 봐도 레즈비언임이 드러나는 여성을 가리키는 은어)'에게는 일상"이라고 지적했다.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TMM(Transgender Murder Monitoring)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살해된 사람의 수는 2980여명에 이른다"며 "근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살해된 사람의 수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사나 사고사도 아닌 트랜스젠더라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명백한 혐오일 뿐만 아니라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7시쯤부터 약 한시간여 가량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 및 트랜스젠더 영업장 주변을 도는 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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