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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억·36억 아파트' 현금 싸들고 사는 부자는 누굴까?

서초·용산 고가 대형 아파트 이달 신고가 경신
대출·세금 걱정없는 자산가들…'딴세상' 그들만의 리그

[편집자주]

 서울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 서초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News1 구윤성 기자

"고가 대형 아파트들은 다른 세상으로 보셔야 합니다. 전반적인 주택시장 흐름에 개의치 않고 움직이죠. 자산가들은 주택의 희소성과 높은 가격을 자신의 하나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가격에 상관없이 과감한 결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서울 서초구 반포동 A공인)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매수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자산가들은 이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현금 10억원이 필요한 고가 아파트 청약에 1만명이 몰려 충격을 준 데 이어, 수십억원의 고급 대형 아파트들이 최근에도 잇따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거래가 소수에 불과하고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나 분위기와는 차이가 있어 이들 거래가 전반적인 시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랜드마크 아파트로 꼽히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면적 222㎡ 주택형이 이달 2일 43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최근 신고됐다. 지난 7월말 신고가를 기록했던 41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더 비싸게 팔리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역시 인근 인기 단지인 반포자이 아파트에서도 이달 2일 전용 216㎡ 주택형이 36억원에 팔린 것이 최근 확인됐다. 동일면적 직전 최고가 33억2000만원(8월 중순)보다 2억8000만원 높게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다시 썼다.

강북 부촌인 용산구 한남동에서는 대표 고가 아파트인 한남더힐 전용 208㎡ 주택형이 종전 최고가 41억5000만원(8월 말)보다 5000만원 오른 42억원에 이달 1일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예전 면적으로 치면 70평 넘는 대형 아파트로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현금 20억원 이상이 필요해 자산가가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

주택시장에서는 이달 들어 집값 하락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매수세 또한 실종된 상황에서 공개된 신고가 거래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1% 떨어져 1년2개월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이번주 0.02% 하락해 낙폭을 키우면서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9·13 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출 규제, 세제개편 부담과 금리 인상,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등 불확실성이 확산되며 주택시장은 당분간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서울 집값을 선도하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는 이보다 앞서 하락세로 접어들어 5주 연속 떨어지고 있으며, 이번에 신고가가 공개된 서초구도 이번주 0.08% 추가 하락해 전반적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용산구 역시 이번주 0.09% 집값이 떨어졌다.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대출과 세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만큼,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얼마든지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달 초 진행된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1차 재건축) 청약에서도 정부의 대출 규제로 최소 1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했지만 약 1만명의 자산가들이 몰려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되면서 시장을 한차례 놀라게 한 바 있다.

서초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출, 세금 규제가 워낙 강하다보니 시장 전반적으론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하지만 자산가들은 희소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입지, 층수, 전망이 좋은 매물이 나오면 가격에 상관없이 매수를 결정하곤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연초 대비 대형평형이 중소형 평형에 비해 적게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여력이 있는데다, 자산가들은 집값을 자신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기 때문에 굳이 깎으려하지 최고가 매수를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신고가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시세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 가격이 일반적인 시장 가격과는 차이가 크고 거래 건수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들 계약은 특이한 경우로 건수도 적고, 현재 시장엔 이들 가격 아래로도 매물이 나오고 있어 적정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며 "또 이들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약보합 또는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시세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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