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지적장애 동거녀 딸 강간 혐의 계부, 항소심서 무죄 이유는?

재판부 "진술 신빙성 없고, 뒷받침 증거 없다"

[편집자주]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부산법원종합청사 현판.© News1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동거녀의 딸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신동헌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A씨(63)의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여성의 딸인 B씨(27)의 방에 몰래 들어가 B씨의 뺨을 때리고 입을 막아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11월 B씨의 방에 들어가 "엄마한테 말하면 같이 죽는다"고 하는 등 B씨를 위협한 뒤 간음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진술이 일관적이고 구체적일뿐만 아니라 진술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 등을 볼 때 B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며 "또 증거로 제출된 속옷에서 A씨의 DNA가 발견된 점 등이 B씨의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A씨는 1심 판결 이후 "B씨를 폭행해 강간하거나 위력으로 간음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이 계속해서 바뀌고, 실제 동거기간은 4년에 불과한데 20년 동안 A씨와 같이 살았다는 등 명백히 사실관계에 반하는 내용을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진술했다"며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성폭행 사실을 진술하면서도 소리내어 웃고 유쾌한 반응을 보이는 등 지적장애를 감안하더라도 강간을 당한 피해자로서는 독특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감정 반응을 빈번히 드러냈다"며 "전문심리위원 역시 성경험을 망상적 신념의 틀에 맞게 재구성·왜곡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범행사실이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처음 증인으로 나선 B씨 역시 모친이 A씨와 성관계를 한 후 벗어놓은 속옷을 입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증언했다"며 "속옷에서 B씨 모친의 DNA가 검출되는 않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정에 비춰 볼 때 B씨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