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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참변' 고교생 눈물 속 발인…모교에 마지막 인사(종합)

대성고 학생 수십여명 아침부터 빈소·학교 나와 작별인사
교복 차림으로 담긴 영정…시신 운구차 담기자 모친 실신

[편집자주]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마지막 작별 인사를 마친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를 나서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릉 펜션으로 우정여행을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한 고등학생 유모군(18)이 21일 오전 모교인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지난 17일 친구 9명과 여행을 떠난 지 나흘 만에 돌아온 학교였다.

오전 8시39분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유군의 운구차가 대성고에 도착하자, 그를 기다리던 30여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은 한순간 숨이 멎은 듯 학교로 향하는 운구차를 바라봤다.

유군이 담긴 운구차가 교문을 통과해 학교 안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로 향하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사들도 손에 낀 흰장갑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제자에게 작별인사를 보냈다.

약 5분간 학교와 분향소를 순회한 운구차가 다시 학교를 빠져나오자 숨죽였던 울음은 이내 곡소리로 변했다. 학생들은 이미 운구차가 지나간 내리막길을 하염없이 응시하면서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애도했다.

검은색 상복이나 교복을 입은 대성고 학생 20여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병원 빈소를 찾아 친구의 발인을 지켜봤다. 유군의 영정을 앞세운 발인행렬이 시작되자 곳곳에서는 참았던 울음이 탄식처럼 쏟아졌다.

영정 속에는 교복을 입고 빙긋 웃는 유군이 있었다. 영정을 든 상주 뒤에는 6명의 대성고 학생이 유군의 시신이 담긴 관을 운구했고 고인의 부모와 친지, 대성고 학생과 교사 등 조문객 100여명이 묵묵히 뒤따랐다.

운구차 안에 유군의 관이 담기자 유군의 어머니 A씨는 참았던 울음을 쏟으며 "아가, 우리 아가 어떡해…. 아가야 엄마가 따라갈게"라고 흐느꼈다. 관 위에 손을 올리고 마지막 기도를 한 A씨는 결국 실신해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유군의 발인을 시작으로 사망한 대성고 학생 3명의 발인이 차례로 엄수된다. 낮 12시에는 안모군(18)과 김모군(18)의 발인이 예정됐다.

발인을 마친 세 학생은 운구차를 타고 모교 대성고와 합동분향소에 들러 마지막 작별의 시간을 가진 뒤 경기도 소재 장지에 각각 안장될 예정이다.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로 향하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릉 펜션사고로 세상을 떠난 대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발인이 엄수된 21일 오전 운구차량이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로 향하고 있다.2018.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지난 18일 오후 1시15분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대성고 학생 10명이 모두 의식을 잃고 입에 거품을 문 채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살펴본 결과, 이들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정상치의 8배에 가까운 155ppm에 이르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유군을 비롯한 3명이 현장에서 숨져 강릉 고려병원과 아산병원에 각각 하루 동안 안치됐다가 19일 서울에 마련된 빈소로 옮겨졌다.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은 진행되지 않았다.

의식불명에 빠져 고압산소치료를 받았던 나머지 학생들은 차차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펜션 베란다에 설치돼있던 보일러 시설의 배관 연결부 문제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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