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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 불편…우리도 '만 나이' 쓰면 안되나요"

'현재 연도-출생연도+1' 한국서 유일…'코리안 에이지'
중국·일본도 만 나이 정착…"국제표준에 맞출 필요"

[편집자주]

'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돼지들이 떠오르는 새해 태양을 뒤로 한 모습. 2019.1.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돼지들이 떠오르는 새해 태양을 뒤로 한 모습. 2019.1.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 때는 마냥 신났는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려니 우울해요. 국제 기준으로 하면 아직 20대인데, 우리나라에서도 20대이고 싶어요."

# "서른살짜리 취업준비생이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요. 입사지원서 쓸 때마다 '만 나이'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 "제대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불혹을 맞네요.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식 나이는 왜 이렇게 복잡하냐'고도 하는데, 우리도 나이를 국제 기준으로 통일하면 좋겠어요."

새해를 맞아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사람들은 연말이면 '한국식 나이'가 원망스러워진다. 이전 나이대에 머물고 싶은 각 나이대 '아홉살'들은 신년즈음마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만 나이를 쓰지 않는지 투정섞인 아쉬움을 늘어놓는다.

한국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를 0세가 아닌 1세로 친다. 이 때문에 한국식 나이를 세려면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후 1을 더해야 한다. 12월31일에 태어난 아이는 하루가 지나면 태어난 지 이틀 만에 2세가 된다.

이렇게 나이를 세는 방식은 한국에서만 쓰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이를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로 부르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KoreanAge'를 입력하면 한국식 나이를 계산해주는 페이지나 이를 설명하는 동영상들이 여러 개 검색된다.

한국에서만 이 같은 나이 셈법이 쓰이다 보니 한 사람의 나이가 세 가지로 달라지기도 한다. 만 나이와 한국식 나이 외에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도 쓰이기 때문이다.

연 나이는 병역법상 징병검사가 시작되는 나이를 말할 때 대표적으로 쓰인다. 연 나이 19세가 되면 일괄적으로 징병검사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1990년생의 경우 2019년에는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만 나이로는 28세, 연 나이로는 29세, 한국식 나이로는 30세가 된다.

이 때문에 해가 바뀔 때마다 이제는 국제 기준에 맞춘 만 나이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각기 다른 나이 셈법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정경은씨(28·여)는 "생일이 2월이라 '빠른 생일'까지 고려하다 보면 어떤 나이를 말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한다"며 "특히 외국인 남자친구에게는 때마다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는 대체로 만 나이를 쓰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한국식 나이를 따로 쓰고 있다"면서 "미디어에 표시되는 나이도 만 나이인지 한국식 나이인지 통일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혼선이 빚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문화권이던 중국과 일본도 만 나이를 쓰는 것으로 정착된 만큼 우리도 국제적 표준에 맞춰 나이를 얘기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식 나이 폐지', '만 나이 상용화'를 주장하는 청원글이 지난 12월 한 달 동안 10편가량 올라온 것을 포함해 100편이 넘는 청원글이 게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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