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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 의원, 한국전통문화대에 나전칠기 학과 신설 요구

학교측 "검토했지만 의견 준 것으로 받아들여"
대학 자율 보장에 배치…압력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편집자주]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투기 의혹 현장에서 투기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 투기 의혹 현장에서 투기 의혹 관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특수 국립대학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 나전칠기 관련 학과를 신설할 것을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임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가능한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대학의 자치보장에는 어긋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24일 문화재청 및 한국전통문화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보존, 관리의 전문인재를 양성하는 한국전통문화대 측에 나전칠기 관련 학과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러차례 주문했다.

2000년 3월 개교한 한국전통문화대는 문화재청이 설립한 대학으로 2개의 단과대학에 전통건축학과, 전통조경학과, 문화재보존과학과, 전통미술공예학과, 무형유산학과, 문화재관리학과, 융합고고학과 등 7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은 손 의원의 요구를 받고 실제로 나전칠기 학과 신설 또는 전공 신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전통문화대 관계자는 "손 의원이 국정감사 등을 통해 학과 설치를 여러차례 말해 검토를 했다"면서 "학과를 만들어 학생들이 입학하려면 2년 전에는 공고를 해야 하고 사회적 수요나 시설, 교원 문제 등을 다 검토해서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손 의원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옻칠 전공 설치는 검토하기는 했지만 이미 옻칠 수업이 개설, 운영되고 있는 점을 설명했다"며 "상임위 위원으로서 학교에 애정이 많아 의견을 준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손 의원의 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나전칠기 관련 학과나 전공 설치 여부를 검토한 적이 없어 예산과 법률 제·개정에 영향을 미치는 손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압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 의원은 학과 신설을 학교 측에 여러차례 주문했던 2017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A교수를 "문화재청 산하의 한국전통학교 교수를 하다가 너무 억울하게 학교에서 쫓겨난 분"이라고 소개했다. 손 의원은 전통문화대가 실기 위주의 전통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인데 이론 학교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전통문화대의 학과 개설과 교수 임용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학교측 관계자는 "A교수는 비위로 징계를 받고 법원에서 다툼을 해오다 법원의 조정 결정으로 학교를 그만 둔 것으로 재직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손 의원 측은 학과 설치 요구에 대해 "행정부는 국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이 공개된 장소에서 한 발언에 대해 행정부는 당연히 압박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통문화대의 핵심은 장인들을 키우는 것인데 지금은 특정 학과가 주도권을 잡고 이론 위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전과 옻칠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고 특정학과 쪽에서 이에 대해 반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률 위반 여부를 떠나 국회의원 갑질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나전칠기를 수집하고 나전칠기박물관 관장을 지낸 손 의원이 자신과 관련있는 특정 학과를 신설하라고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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