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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전초전' 2차 실무협상…관전포인트 셋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매번 협상 좌초
北 '제재완화 절실' vs 美 '완전한 비핵화 뒤 가능'

[편집자주]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AFP=뉴스1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AFP=뉴스1

북미가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음 주에 아시아 제 3국에서 2차 북미실무회담을 벌인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지도부의 존 설리번 미 국무부 장관 대행과의 워싱턴 면담 자리에서 지난 6~8일 평양 실무협상에서 "(북미)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상회담 전까지 2주밖에 남지 않아 난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비핵화) 일정 합의를 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며 낙관적 전망 속에서 신중함을 유지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

다음 주 실무협상과 이어질 정상회담에서 최대 의제는 영변 핵시설 폐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혀 폐기 자체는 미국의 반대급부가 제공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폐기를 둘러싼 검증 방법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 난제다. 1차 북핵 위기는 북한의 핵분열물질 생산량과 미신고시설 관련 의혹이 발생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특별 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 선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6자 회담의 경우, 1단계인 폐쇄(가동 중단 및 봉인) 사찰단 허용, 2단계인 불능화(핵심부품 제거 및 해체)와 신고에는 도달했지만 3단계 폐기로 가지 못했다. 미국은 신고에 대한 검증을 위해선 시료채취가 필요하다고 했고, 북한은 이것이 3단계 폐기 단계에 가능하다고 맞섰다.

북한은 시료채취(sampling)는 핵프로그램 전체를 파악하는 단서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행동 조치 뒤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시료채취는 영변 핵시설 인근의 흙이나 물을 수집하거나 주변의 미세입자를 채취해서 분석하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비건 대표는 지난달 말 강연에서 "어느 시점에서 포괄적인 신고"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프로그램 전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밝히며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또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는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북미가 절충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제재 문제

미국은 대북 제재에서 완고하다. 한번 풀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1일(현지시간) "비건 대표가 북한과 협상을 하는 중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루기 전까지 대북 경제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은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제재 해제나 완화가 절실하다. 또 북한은 종전선언과 같은 상징적 혜택보다는 제재완화와 경제지원과 같은 실체적인 혜택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경향을 그동안 보였다. 정치적 성과물은 폐기가 가역적이란 이유에서다.

또 기존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관련 물자와 기술의 수출입을 통제했지만, 5차 핵실험 이후 제재가 외화획득 차단, 수출입 차단 등 북한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북한의 수출입과 외환보유가 급감하는 경제위기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외 투자와 금융 지원은 당장에 실현되긴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통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할 경우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상적으로 IMF 가입은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가입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된다.

일각에선 초기 비핵화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가 면제나 유예 방식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진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도 갖고 있다는 논리다. 우리 정부도 긴밀한 한미 공조 속에서 이런 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기본적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어, 제재 대상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추진하는지에 따라 관계 개선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플러스 알파(+α)

비건은 11일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비핵화 로드맵 마련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도 최근 한 강연에서 북미 협상이 지속되긴 위해선 로드맵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영변 이외 농축 우라늄 시설 신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밖에 미국이 일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및 폐기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북한의 모든 미사일 폐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에 북한이 또 다른 상응조치를 요구해 북미가 접점을 찾는다면 그야말로 '빅딜'이 이뤄진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 요구는 협상 판을 흔들 위험성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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