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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기다릴뿐"…금융당국 잇단 심사지연에 업계 '속앓이'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승인 등 심사 장기 표류 잇따라
"예측가능한 절차 마련, 사전 심사보다 사후규제 강화해야"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금융사 인수합병(M&A) 승인이나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등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허가 심사가 1~2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예측가능한 절차를 마련하고 사전 심사보다는 사후 규제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1년6개월여간 표류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017년 9월8일 스위스 금융그룹 UBS AG로부터 하나UBS운용 지분 51%를 사들여 하나UBS운용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으나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 계약을 맺은 정보통신회사 상상인은 지난달 2일 인수 계약의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신청한 대주주 변경 심사 결과가 인수 계약 시한(지난해 12월31일) 전까지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참여한 케이프컨소시엄의 SK증권 인수와 웨일인베스트먼트의 칸서스자산운용 인수가 금융당국 심사 지연 탓에 무산됐다. 지난해 4월 한글과컴퓨터도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의 최대주주로 올랐지만 심사 결과는 해를 넘겼다.

발행어음 인가와 관련해서는 미래에셋대우의 심사가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관련 조사로 중단됐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 대출 혐의에 대한 징계 여부 결정을 위한 제재심의위원회 논의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런 심사 지연에 비난의 화살이 금융감독원으로 향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로부터 심사업무를 위탁받아 각종 심사를 진행한다.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은 신규 사업, 직원 채용 등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따른 영업 부진과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 등이 겹쳐 회사의 손실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해당 금융사는 '을'(乙)의 입장에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뭐라고 말하기 굉장히 부담스럽다. 빨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 심사의 경우 지금 거의 모든 회사가 걸려있다. 그런데 심사를 통과한 데가 거의 없다.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심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너무 강하다. 업계 길들이기로 오해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며 "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한 확실한 방안들을 내놔야 한다. 예측가능한 행정절차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특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같은 사전 규제보다는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사후 규제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봤다.

자본시장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금융당국의 늑장 행정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업무가 복잡하면 사람을 더 투입해서라도 처리 기한을 지켜야 한다"며 "제때 인허가를 해줘야 금융산업이 발전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검찰, 공정위 조사 등이 있을 경우 심사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과 시행령이 있다. 서류 보완 요구의 경우에도 심사 처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른 심사 기간 지연들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의 건전성과 대주주의 위법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것은 기본"이라며 "심사 과정에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등 깐깐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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