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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베트남 북한군 전사자 14명 묘비…안내판 없고 '썰렁'

[북미 D-3]北김정은 방문 여부 주목…실현가능성은 낮을 듯
베트남전 北조종사 유해는 송환됐지만 묘비는 그대로 유지

[편집자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박장성 북한군 묘비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박장성 북한군 묘비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오는 27~28일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 베트남의 관계가 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북한군 조종사 14명의 묘비는 사실상 방치돼 있다.

뉴스1은 지난 23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차로 1시간 거리) 떨어져 있는 박장성의 이 묘비를 찾았다.

보통 이곳을 찾아가기는 쉽지 않다. 정확한 주소가 알려져 있지 않고 해당 묘비로 향하는 안내판 등도 전혀 없어 정확한 위치 정보를 알지 못하면 헤맬 수밖에 없다.

기자가 북미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전날 이곳에 도착했을 때 마을 입구에서부터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할 수도 있다고 거론되는 곳 중 하나지만 조용했다.

한국은 베트남전 당시 4차에 걸쳐 약 31만명을 남베트남에 파병했는데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다. 북한은 1964~1969년 북베트남에 공군 조종사들과 심리전 전문가들, 공병대 등을 보냈다.

박장성 시내에서 비포장도로를 통해 500미터쯤 더 들어가자 입구에 낡은 철문 뒤로 묘비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런 표식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외딴 곳에 위치해 있었다.

묘비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했지만 철문이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묘비에는 '렬사'라는 호칭과 함께 전사자 이름·출생지, 사망 날짜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이곳은 현재 베트남 정부가 따로 관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즈엉 반 더우씨(74)가 이따금씩 묘비를 찾아 관리하는 정도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박장성 북한군 묘비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현지시간) 베트남 박장성 북한군 묘비 모습. © News1 박세연 기자
이곳은 지난 2000년 3월 백남순 전 북한 외무상이 방문하면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후 양국 논의를 거쳐 2002년 유해 14구가 북한으로 모두 송환됐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곳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여기 14명의 북한 동지가 누워있었다'라는 내용이 적힌 추모비와 함께 묘비는 그대로 뒀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찾는다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첫 방문이다. 이 경우 북한은 베트남과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면서 체제 선전에 활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베트남은 1950년 1월 외교 관계를 맺었다. 북한에게 베트남은 중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째 수교국일 정도로 의미가 깊다.

1957년 베트남 국부 호치민은 북한, 1958년과 1964년 김일성 주석은 당시 북베트남을 방문하며 양국은 반미(反美)를 연결고리로 사회주의국가 간 협력을 강화했다.

북한 입장에서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여는 것은 이런 전통적 우방국과 유대를 강화하고 개방과 경제 발전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 북미정상회담 의전팀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김 위원장의 깜짝 방문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김 위원장이 이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현지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동선을 고려하는 등 준비가 필요할텐데 아직 그런 모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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