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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금융 선도하는 핀테크업체, 제2의 '토스' 나올까

[1~3차 혁신금융서비스 중간평가②] 핀테크 19건·금융사 7건 총 26건 지정
대출 관련 8곳·여신전문 5곳 등 서비스별 고른 분포..."더 과감한 규제 철폐 필요"

[편집자주]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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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가 해소된 금융서비스들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고객들에게 다가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1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이어 지난 2일 2차, 5일 3차 선정을 통해 한달 새 26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출시를 예고했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그동안 출시를 가로막았던 규제를 최장 4년동안 받지 않아도 된다. 이를 통해 앞서 송금서비스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토스'의 사례가 또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금융위가 3차에 걸쳐 지정한 26건 서비스를 기업별로 보면 제도권 금융회사(은행·보험·카드)는 7건, 핀테크(IT·ICT 업체 포함) 업체 등은 19건이었다. 지난 1월 금융위가 105건의 서비스 사전신청 받았을 때도 핀테크업체가 78개로 금융회사 27개의 약 3배 수준으로 많았다. 실제 지정 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비스별로는 △대출 8곳(핀다·비바리퍼블리카·NHN페이코·핀테크·핀셋·마이뱅크·핀마트·팀윙크) △여신전문 5곳(신한카드·BC카드·페이콕·한국NFC·BC카드) △보험 3곳(농협손해보험·레이니스트·페르소나시스템) △빅데이터 3곳(신한카드·더존비즈온·핀크) △자본시장 3곳(카사코리아·코스콤·디렉셔널) △은행 2곳(KB국민은행·우리은행) △전자금융·P2P 2곳(페이플·루트에너지)이다.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특례는 금융감독원의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 완화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모범규준의 1사 전속주의 조항으로 대출모집인은 1개 금융회사와만 대출 업무 및 위탁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데, 이를 풀어 여러 금융회사의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뒤를 이어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등의 여신전문금융업법 특례가 5건이었고, 보험업·자본시장법·신용정보법 완화가 각각 3건, 기타 4건이었다.

수많은 업체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에 나선 이유는 규제 면제를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서비스' 구축에 나선 카사코리아는 오는 6월 금융위의 감독 아래 모의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테스트 결과가 미흡하면 앞으로는 이 사업을 아예 못할 수 있음에도 규제 면제를 위해 도전했다.

핀마트는 규제 면제를 위해 2년 반 동안 금융위·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대출플랫폼 서비스' 원조 격이기도 한 핀마트는 지난 2017년 금융위 테스트베드에도 참여했지만 1사 전속주의로 인해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승배 핀마트 대표는 "오래전부터 1사 전속주의 규제 완화 문제를 들고 관계자들을 찾아갔다"며 "비슷한 대출플랫폼 업체들도 많이 지정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나 과거 금융사와 함께한 테스트 경험으로 경쟁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페르소나시스템은 26개 업체 중 유일하게 인공지능(AI)를 결합해 'AI 인슈어런스 로보텔러'를 활용한 보험상품 판매에 나선다. 이 회사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는 게 유일한 규제 면제 방법이었다고 했다. 유승재 페르소나시스템 대표이사는 "그동안 AI를 통한 보험모집 행위가 보험업법으로 막혀 부분적으로 AI 챗봇을 통한 상담 정도만 해와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며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가입 절차 간편화와 손쉬운 약관 설명으로 고객 편리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제도권 금융회사들의 틈을 파고 들어가고 있는 혁신 업체들은 기존 제도권 서비스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될 수 있었다. 서비스 불편함에 민감한 젊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이 혁신금융서비스에 대거 발탁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또 대출심사역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오랜 경험이 필요한 구성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발자가 20~30대에 몰려있다. 대표적으로 페이플 김현철 대표, 디렉셔널 정지원 대표는 올해 각각 38, 35세다.

김현철 대표는 앞서 NHN한국사이버결제 등 전자결제업체 등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SMS 인증방식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시행령에 따라 출금동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서면·전자서명·ARS 방식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 이에 불편함을 느낀 김 대표가 문자인증 방식을 생각해낸 것이다. 유승재 대표이사 또한 까다로운 보험금 청구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담원 연결에 불편함을 느껴 직접 AI 활용 방안을 생각해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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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혁신금융서비스 대상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당장 이달말 혁신금융서비스 심사를 이어간다. 이달 23일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도 개최한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금융이 디지털과 결합하며 속성 자체가 바뀌고 있는 가운데 핀테크 업체들이 전면에 나설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정유신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이사장은 "금융거래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금융산업 전반이 바뀔 수도 있다"며 "혁신금융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고 경험을 축적해가는 과정이라 업체들끼리 중지를 잘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철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일부 업체들에서 특허권 갈등이 있는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면제 취지에 반하지 않도록 잘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더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규제 완화로는 부족하다"라며 "과감한 규제 철폐와 혁신을 통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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