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이주열 "경제상황 따라 통화정책"…금리인하 깜빡이 켰다

"무역분쟁·반도체 등 대외 불확실성 커져...물가도 목표보다 크게 낮아"
금리 인하 선그어온 기존 발언과 상당한 온도차...전문가 "빠르면 3분기 인하"

[편집자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동결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2019.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준금리 동결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2019.4.1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그동안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그어온 이 총재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을 고려해 한발 물러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태평로 부영 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전개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의 기존 발언과 상당한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5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아직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소수의견은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한 바 있다.   

이 총재가 이날 기념사에서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금리인하 불가 요인으로 꼽았던 금융불균형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나 전문가들은 빠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올해들어 수출과 투자 감소와 소비 증가세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주춤해졌다"며 "앞으로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무엇보다도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진 데 기인한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교역 위축 가능성이 커졌고,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이어 "특정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대내적으로는 저출산 및 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목표(2.0%)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에 있다"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충실히 설명함으로써 물가상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이해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불안정한 금융 시장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최근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면서 국내외 장기금리가 크게 낮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주가와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서 금융·외환시장 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대책을 적극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