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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앞서간 '재일 한국인 화가'…비운의 선구자 곽인식 展

탄생 100주년 기념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9월15일까지

[편집자주]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곽인식'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곽인식'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1919년 경북 달성군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으로 넘어가 미술작업을 했던 재일작가가 있다. 그는 1960년대 초반부터 사물과 자연의 근원적 형태인 '점, 선, 원'에 주목했다.

그는 당시 유리, 놋쇠,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캔버스에 붙이고, 실험했다. 이는 일본미술계에서 사물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으로, 작가는 시대를 앞서간 전위적인 작업을 진행한 선구자였다.

그러나 이 작가는 그동안 예술적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는 일본인도, 서양인도 아닌 재일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곽인식(1919~1988). 그런 곽인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오는 13일부터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전시를 기획한 박수진 학예연구관은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외 평론가들은 곽인식이 일본인이었다면 주목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재조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학예연구관이 곽인식 작가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박수진 학예연구관이 곽인식 작가의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전시는 곽인식의 작품세계를 193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 3개의 시기로 구성됐다.

'현실 인식과 모색(1937년~1950년대 말)'에서는 도쿄와 대구시에서 제작한 초기작 '인물(남)' '모던걸'과,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의 불안한 현실이 반영된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균열과 봉합(1960년대~1975년)'에서는 곽인식이 본격적으로 사물의 물성을 탐구한 작품들이 다수 전시됐다. 원색의 물감에 석고를 발라 두터운 질감을 표현한 모노크롬 회화를 비롯해 바둑알, 철사, 유리병, 전구 등 오브제를 캔버스에 부착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물에서 표면으로(1976~1988년)'에서는 돌, 도기, 나무, 종이에 먹을 활용한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강에서 가져온 돌을 쪼개어 다시 자연석과 붙이거나 손자국을 남긴 점토를 만들고, 나무를 태워 만든 먹을 다시 나무 표면에 칠하는 등 인간의 행위와 자연물을 합치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후기에는 붓으로 종이에 무수히 많은 색점을 찍어 종이 표면 위에 공간감을 형성한다.    

박수진 학예연구관은 "이번 전시에선 곽인식의 대표작인 깨진 유리를 이용한 작품에 포커스를 맞춰 13점을 전시했다"고 말했다. 이 작업은 좌우익의 대립과 분단이라는 시대적 난관을 '균열'로 인식하고 '봉합'으로 극복하려는 작가의 태도와 의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곽인식, 작품, 패널에 유리, 1962, 국립현대미술관소장.© 뉴스1 이기림 기자
곽인식, 작품, 패널에 유리, 1962, 국립현대미술관소장.© 뉴스1 이기림 기자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변색됐거나 훼손된 작품들이 복원돼 이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 사후 오랜 기간 방치됐던 작품을 발굴해 총 48점을 6개월간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복원했다. 

전시장 벽을 콘크리트로 쌓은 것처럼 꾸며 물성에 주목한 곽인식 작품과 통일성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동시대 일본 및 한국의 주요 작가, 평론가들의 인터뷰와 편지, 사진, 드로잉, 기타 자료 등을 발굴해 곽인식의 작품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 역사상 한 작가의 작품을 이렇게 대량 손질해 전시장에 가져간 경우는 처음이지 않을까"라며 "주옥같은 작품들로 전시장을 꾸몄기 때문에 관객들은 잔잔한 울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작품과 아카이브가 각각 100여점이 출품됐고, 전시는 9월15일까지 열린다.

'곽인식'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곽인식'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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