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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소진하라 해 휴가냈더니 대기발령"…직장갑질 백태

[참다못해]㊦ 지위 빌미 강요하고 허위사실로 험담
"소프트웨어 개발자 지방공장 발령 내 농사와 청소"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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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마치고 회식자리에 한시간 늦게 도착했는데, '후래자삼배'라며 맥주잔에 소주를 부어 원샷하게 했습니다."

"경위서를 제출했더니 '단어를 바꿔라' '분량을 1장으로 줄여라' 라고 트집을 잡으며 3번 이상 고쳐쓰게 했습니다. 결국 못 쓰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제 직무를 정지시켜버렸어요."

직장에서 지위와 관계를 빌미로 회식에 강제로 참석시키거나, 후배에게 일을 떠넘기는 등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에 하루평균 70여 건의 제보가 들어온다고 한다. 올 들어 5월까지 접수된 제보를 유형별로 나눴더니 32가지나 됐다. 

그 동안 모 대학병원 간호사들에 강제로 야한 노래와 춤을 부르게 하고, 대기업에서 은퇴를 앞둔 직원을 빈 방으로 출근시키는 등이 빈번했지만 폭언, 폭행과 달리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었다. 이를 위해 지난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7월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18일 직장갑질119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허위사실, 소문 등을 퍼뜨리는 '험담', 신입사원만 노래방으로 끌고가는 '강요' 등도 갑질에 포함되며 징계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한 피해자는 "폭언을 하는 상사가 싫어서 회식을 빠졌더니, 다음날 '너는 회사생활 하려는 의지가 있는 놈이냐'고 폭언을 해 결국 사내 괴롭힘 센터에 찾아갔다"며 "센터 측에서 비밀보장을 해주지 않아 공장에 소문이 퍼지게 되었으며, 부서변경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 동료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것 뿐만 아니라 '죽여버리겠다'는 상사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저에게 12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말라며 업무도 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근로기준법, 공정채용법 등을 무시한 '노동법 무시 갑질'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보고서에서 한 제보자는 "연차를 내면 욕을 하며 근로계약서에 써있는 '연차 수당' 역시 무시했다"며 "남은 연차를 소진하라고 해서휴가를 썼더니 '대기발령'을 내버렸다"고 주장했다.

다른 제보자 또한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노예처럼 일을 시키고, 수당도 주지 않아 몸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또 한 제보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하던 저를 충정도에 있는 공장으로 발령을 내더니 농사, 청소도 시켜서 매일 새벽 4시에 퇴근했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차별, 따돌림 등으로 사직을 종용하는 것 역시 징계 대상에 속하게 된다. 이에 한 제보자는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오자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잘못된 점을 개인 쪽지가 아닌 메신저로 부서 전체에 전송해 괴롭다"며 "육아 휴직을 써서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지만,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와 무관한 '사적 지시' 또한 징계대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토요일 새벽 6시에 문자하고 답장 재촉하기 △업무시간 외 전화를 걸어 술먹자고 부르기 △안마, 담배 심부름 시키기 △주말에 송년회와 체육대회 참가하기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동의 없이 폐쇄회로(CC)TV로 직원을 감시하는 것도 징계대상이다"며 "기독교로 개종하는 상담을 받지 않으면 권고사직을 시키겠다고 공개석상에서 이야기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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