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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전매 백태'…허위 임신진단서·다자녀가구·신혼부부가 '수단'(종합)

경기도 부동산수사팀, 부동산 브로커·불법청약자 180명 적발
브로커 최고 2억5천만원 챙겨…분양권 불법중개 등 9명 송치

[편집자주]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용 경기도 대변인이 ‘부동산 불법 전매 · 부정 청약에 대한 기획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경기도 제공)© 뉴스1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용 경기도 대변인이 ‘부동산 불법 전매 · 부정 청약에 대한 기획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경기도 제공)© 뉴스1


임신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거나 전매제한 기간인데도 분양권을 전매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전문 브로커와 불법청약자들이 무더기로 경기도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24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4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부동산 기획수사를 실시한 결과 불법전매와 부정청약에 가담한 청약 브로커, 공인중개사, 불법전매자 등 180명을 적발했다”면서 “이 중 범죄사실이 확인된 33명 중 9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24명은 송치할 예정이다. 나머지 147명도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모두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 부동산수사팀은 수사기간에 신혼부부 및 다자녀 특별공급에 임신진단서를 제출한 당첨자 256명의 자녀 출생 여부, 수원 K아파트 등 분양사업장 3개소의 적법 당첨 여부, 전매제한 분양권을 불법 전매한 첩보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주요 적발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아파트 불법 전매자인 브로커 A씨는 다자녀가구 청약자 B씨에게 3200만원을 주고 시흥 N아파트 청약을 하도록 했다. 브로커 A씨는 청약자 B씨의 당첨이 확정되자 계약금을 대납해주고 분양권 권리확보 서류를 작성하도록 했다.

권리확보 서류란 부동산시장에 불법 유통되는 당첨자 명의만 기재된 분양권 거래서류로 거래사실 확인서, 양도각서, 권리포기각서, 이행각서 등을 말한다.

브로커 A씨는 이를 공인중개사 C씨에게 4500만원에, 공인중개사 C씨는 이를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매제한 기간 중인데도 4900만원에 팔았다.

도는 청약자 B씨를 비롯해 브로커 A씨와 공인중개사 C씨 등 불법 전매에 가담한 9명을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

또 다른 부동산 투기 브로커 D씨는 SNS 모집에 응한 청약자 E씨에게 소정의 금액을 주고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받았다.

브로커 D씨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청약자 E씨를 수원시로 전입시킨 다음 수원 T아파트에 청약을 신청하도록 했다. 브로커 D씨는 청약자 E씨가 당첨된 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자 이를 전매해 프리미엄 1억~2억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 브로커 F씨는 채팅 앱에 글을 게시해 신혼부부와 임산부를 모집한 뒤 신혼부부에게 1200만원에 청약통장을 매수하고 임산부에게는 100만원을 주면서 청약통장을 매수한 신혼부부 아내의 신분증으로 허위 임신진단서를 발급받게 했다.

아파트 청약당첨을 위해 부정 발급받은 대리산모 허위 임신진단서(경기도 제공) 당© 뉴스1
아파트 청약당첨을 위해 부정 발급받은 대리산모 허위 임신진단서(경기도 제공) 당© 뉴스1


F씨는 이 허위 임신진단서를 청약 서류로 제출해 용인 L아파트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되자 이 아파트를 팔아 프리미엄 1억5000만원을 불법 취득했다.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브로커 G씨는 청약자 H씨가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허위 임신진단서를 작성하고 청약자 H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고 안양 M아파트 다자녀 가구 특별공급 청약에 부정 당첨시킨 뒤 이를 팔아 프리미엄으로 1억5000만원을 챙겼다.

김 대변인은 이들 사례 외에도 임신진단서가 청약시장에서 위장결혼, 불법낙태 등에 악용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 상 불법전매 및 부정청약을 한 경우 브로커, 불법매도자, 불법매수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해당 분양권은 당첨 취소될 수 있다.

전매기간에 있는 물건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또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떴다방, 무자격 불법 부동산 중개행위, 분양권 불법전매 등 부동산 분야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신설한 바 있다. 이번 수사는 부동산수사팀 신설 후 첫 기획수사 결과다.

김용 대변인은 “이번에 수사를 한 신혼부부·다자녀 특별공급 청약 당첨자에 이어 장애인 등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을 이용한 불법 청약자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부정 허가자에 대해서도 수사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부동산 위법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얻는 일이 없도록 엄중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허위 임신진단서를 통해 불법 당첨된 사례에 대해 “임신진단서 허위 위조는 다자녀 가구로 인해 아파트를 청약한 사람들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심이 가는 임신진단서를 병원에 확인한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전매에 있어 전매 제한 기간 내에 여러 차례 전매하면서 프리미엄이 늘어났다”며 “브로커가 처음에 3000만원을 챙기고, 다음 매수자는 다른 사람을 매수해 프리미엄이 계속 올라간다. 그런 식으로 3차례까지 불법전매가 이뤄져 1억2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전매 등으로 검찰에 송치된 브로커 등 9명이 챙긴 부당이익에 대해 “실제 분양대금이 116억원에 이른다. 많게는 개인당 2억5000만원까지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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