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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빼고 거의 다 힘들었는데"…토종 브랜드 '승부수' 띄운다

"유니클로 대응 신중치 못했다, 불매운동 장기화 예상" 반응
"'반사이익' 기대감도 나와…이른바 '대체 상품'으로 한판"

[편집자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이 매장 리뉴얼로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2019.8.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이 매장 리뉴얼로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2019.8.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유니클로 빼고 거의 다 힘들다"

약 한달 전만 해도 패션업계엔 이 같은 푸념이 가득했다. 거의 유일하게 '힘들지 않던'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국내에서 매장 186곳을 운영하는 유니클로가 지난해(2017년 9월~2018년 8월) 한국에서만 올린 매출 규모는 무려 1400억엔(1조 5729억원 정도).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는 말에는 과장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국 소비자들의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터지며 상황이 급반전했다. 매장마다 감소 폭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유니클로의 한국 매출은 불매운동 기간인 지난달 대략 40%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유니클로가 받을 타격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유니클로, 불매운동 '변수' 만날지 예상 못해"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런 날이 올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 시장에서 파죽지세로 성장 중이던 유니클로가 한 달 전 불매운동이라는 '초대형' 변수를 만날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지난달 초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촉발된 유니클로 불매운동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최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불매운동 바람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패션업계 성수기인 가을/겨울(F/W) 의류는 단가가 높아 올해 하반기 유니클로의 판매량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 규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유니클로와 성격이 같은 SPA(생산·유통·판매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 브랜드를 운영 중인 국내 한 업체의 관계자는 "내부 분석 결과 불매운동이 앞으로 1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 연말에는 이른바 '유니클로' 대체 상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NO 아베 울산시민행동, 6·15공동선언 울산본부 회원들이 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열린 'NO 아베 울산시민 촛불집회'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규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NO 아베 울산시민행동, 6·15공동선언 울산본부 회원들이 2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울산점 앞에서 열린 'NO 아베 울산시민 촛불집회'에서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규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19.8.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불매운동 대상이 된 유니클로의 주력 상품을 대신해 소비자들이 찾을 만한 상품 물량을 늘리고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유니클로 대체 상품' 물량을 대거 확보한 상태다.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유니클로 하반기 주력 상품인 '히트텍'과 견줄 만한 '웜히트' 상품군의 올해 발주량을 지난해보다 약 75%까지 늘렸다. 웜히트는 히트텍처럼 발열 소재로 만든 속옷이다.

◇"불매운동, 더욱 장기화할 것"…"유니클로 대응도 신중하지 못했다"

국내 최대 5대 패션기업 중 한곳의 관계자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으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며 "실제로 의류·스포츠 용품·속옷 등 국내 브랜드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유니클로의 대응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유니클로 본사 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해당 발언은 지난달 11일 유니클로 실적 결산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한국의 불매운동을 사실상 평가절하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을 장기화로 이끈 대표적인 실언"이라며 "이후 유니클로가 해당 발언에 대한 사과를 두 차례 했으나 여론을 뒤집기엔 부족했다. 그런 발언을 왜 했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추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불매운동 바람을 꺾기는 힘들 것"이라며 "한·일 정부 간 갈등 문제도 얽혀 있는 마당에 유니클로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토종브랜드는 펄펄 날아…탑텐 ‘쿨에어’ 매출 120%↑

유니클로와 경쟁하던 토종 브랜드들은 펄펄 날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국내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탑텐이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이 유니클로 등 해외 SPA브랜드가 국내 시장을 지배하는 것에 자극받아 탑텐을 만든 것은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유니클로'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을 모델로 기용한 탑텐 © 뉴스1(탑텐 제공)

올해 7월 탑텐의 기능성 내의 상품군 '쿨에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 기간 '유니클로 대신 탑텐 제품을 살 것'이라는 소비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해 7월 한 달간 신성통상의 주가는 28%나 상승했다.

탑텐은 불매운동 국면에서 광복절 '8·15 이벤트' 상품도 내놨다. 과거 유니클로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씨를 올 하반기 상품 모델로 전격 기용해 화제도 모았다. 다만 탑텐 관계자는 "불매운동 대상이 된 유니클로에 대해 발언하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전략 및 계획은 이미 지난해 수립한 것으로 유니클로 불매운동과 관련이 없다"며 "계획대로 전략을 실행해 올해 하반기 목표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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