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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가상한제] "단기 집값 안정…장기적 공급불안 해소해야"

전문가 "재건축 중심으로 수요 위축돼 집값 상승세 주춤해질 듯"
"재건축·재개발 중단되면 공급 불안감 커질 수 있어 대응 필요"

[편집자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2019.8.1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2019.8.12/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해 재건축 중심으로 수요심리가 위축되면서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돼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경우,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는 만큼 공급 불안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서울 강남권 등 전국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 위해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10월부터 시행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도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 시'로 확대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반분양 수입감소에 따른 사업 수익 하락을 의미한다"며 "서울·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분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게 되는데, 분양가상한제로 분양 수입이 줄어들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20~30%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은 재건축 시장이 침체되는 대신 일반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일반 아파트값도 단기 급등해 피로감이 있는 데다, 분양가상한제로 저렴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대기하는 수요가 늘면서 일반 아파트 수요가 주춤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 투자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재건축·재개발이 집값을 이끌어가는 선발대, 실수요 중심의 일반 아파트는 후발대 성격이 강해 재건축·재개발이 약세로 돌아설 경우 일반 아파트도 나 홀로 강세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낮아진 분양가는 청약 대기수요의 분양시장 관심을 증폭시키고, 재고 주택시장의 가격상승 압력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 규제책에 대한 심리적 위축 및 거래 관망과 저렴해진 분양물량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반등하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 의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2019.8.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 의원들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2019.8.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될 경우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 의지를 보인 만큼 당분간은 집값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중단되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든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확산되면 일반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도 "서울의 주택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잇따른 재건축 규제는 공급의 문을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급 감소 신호가 계속되면 새 아파트 희소성이 커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불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분양가상한제 지역별 탄력적 적용,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 확보, 수도권 3기 신도시 조기 공급,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통한 거래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분양 대기수요가 늘어날 경우 전세 시장이 다소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올해 서울아파트 입주 물량이 약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많아 전셋값이 우려할 정도로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 가격이 낮아지면서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전매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강화하고 의무 거주기간을 적용한 만큼 '묻지 마 청약'은 줄어들고 무주택, 실거주 중심으로 청약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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