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로프 한 줄로 함께한 10년…히말라야에 잠든 두 산악인

민준영·박종성 대원 한 로프에 묶인 채 발견
"항상 파트너…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사이"

[편집자주]

2009년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왼쪽, 당시 36세)과 박종성(〃 42세). (직지원정대 제공) /© 뉴스1
2009년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실종된 직지원정대 소속 고(故) 민준영(왼쪽, 당시 36세)과 박종성(〃 42세). (직지원정대 제공) /© 뉴스1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지 10년. 직지원정대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 대원(당시 42세)은 히말라야의 모진 추위와 눈사태에도 서로를 놓지 않았다.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다는 두 대원은 10년 만에 발견된 순간까지 로프 한 줄로 서로의 몸을 묶고 함께 있었다.

2009년 9월 25일 오전 8시15분 히운출리 지역에서 두 대원은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뒤 연락이 끊겼다.

직지원정대 대원들이 민준영·박종성 대원을 찾기 위해 수차례 히말라야를 찾았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서야 민준영·박종성 대원이 돌아왔다.

지난달 양떼를 몰던 양치기 크리쉬나 푼씨(22)가 이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 장소는 마지막 교신 지점에서 아래로 320m 떨어진 곳이다. 실종 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서 발견된 지점으로 내려왔거나 눈사태에 휩쓸려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두 대원은 서로를 묶은 로프 한 줄로 연결돼 20m가량 떨어져 있었다.

배명석 충북산악구조대장은 "등반 용어로 '줄을 깐다'고 표현하는 데 먼저 오른 이가 로프를 고정하면 뒷사람이 차례로 오르는 구조"라며 "한 명이 추락하더라도 한 명이 줄을 잡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화 직지원정대장은 "두 대원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다"며 "대회를 나갈 때도 파트너로 함께 했을 정도로 늘 사이가 가깝고 좋았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안나푸르나 군 히운출리 지역에서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건물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현지가이드 제공) 2019.8.14 /뉴스1 © News1
2019년 8월 안나푸르나 군 히운출리 지역에서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다. 건물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현지가이드 제공) 2019.8.14 /뉴스1 © News1

네팔로 떠난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유족들은 발견된 시신의 신원을 민준영·박종성 대원으로 확인했다. 14일로 예정됐던 화장은 현지 사정 탓에 15일로 연기됐다.

박 전 대장은 "화장 절차를 진행한 뒤 유해를 수습해 17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민준영·박종성 직지원정대 대원은 2009년 히운출리 북벽에 '직지루트'를 개설하려다 실종됐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구조대원을 중심으로 해외원정등반을 통해 직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결성됐다.

두 대원은 2008년 히말라야 차라쿠사지역의 무명 미담봉을 초등해 '직지봉'(해발 6235m)으로 명명한 주인공들이다.

직지원정대는 실종된 대원들을 위한 조형물을 세우는 등 추모 활동을 이어왔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