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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서울대 '조국 촛불집회'…재학생·졸업생들 참가·지지 봇물

'아이와 함께' '외국 있어 후원만'…교내엔 규탄 대자보도
두 대학 모두 정치색 배제…"정치연상 문구 보이면 퇴장 요청"

[편집자주]

서울대와 고려대의 23일 집회 예고 포스터. © 뉴스1
서울대와 고려대의 23일 집회 예고 포스터. © 뉴스1

고려대와 서울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28)의 대학·대학원 진학과정의 특혜성 의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23일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재학생부터 졸업생까지 참석과 지지의사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고대와 서울대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재학생·졸업생들은 각각 이날 오후 6시와 오후 8시30분에 교내에서 집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딸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다.

◇고대·서울대 집회 일정 잡히자…참가·지지 의사 봇물

23일 각 대학의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22일 고대와 서울대가 집회장소와 시간을 밝힌 이후 참여와 지지 의사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고대 06학번 행정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A씨는 "오랜만에 들어와본 커뮤니티에 이렇게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기 좋다"며 직장생활하는 나에게 오랜만에 울림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10년 넘게 조국 교수의 팬이었지만, 그 생각이 2일 전에 끝났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른 졸업생 B씨는 "5살 딸 아이에게 학교도 구경시켜주고 잘못된 것들에 대해 젊은이들과 이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혹시 아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오셔도 될 것 같다"고 가족과 함께 참가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고대 측 집행부에 따르면 이들은 참석 인원을 고려해 팸플릿 500부를 준비한 상태다. 이들은 중앙광장에 모여 구호 등을 외친 이후 교내를 한 바퀴 행진한 다음, 자유발언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촛불은 안전상의 이후로 스마트폰 플래시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고대 교내는 아직 조용한 모습이었다. 다만 학내 게시판에서는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담긴 대자보를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었다.  

'자랑스러운 고대팔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학생은 싸이의 '아버지'라는 가사를 인용한 대자보를 붙였다. 노래 '아버지'의 가사를 그대로 옮겨 놓고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부분만 부각했다. 이어 바로 밑에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고려대 입학 과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라고 적혀 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후문 게시판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2019/08/23/뉴스1 ©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후문 게시판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2019/08/23/뉴스1 © 뉴스1

컴퓨터공학과 14학번 명훈씨는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 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습니까?"라며 최근 제기되고 있는 조 후보자 딸 조모씨에 대한 의혹을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도 집회 개최 확정 이후 지지와 참가 의사가 이어졌다.

한 졸업생은 "참석하고 싶지만 직장이 관악에서 멀어 힘들다"며 "참석하시는 분들께 빵이나 우유라도 사드리고 싶다. 계좌를 알려 주면 후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졸업생도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참석이 어렵지만, 온라인상으로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을 참석자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혼자 집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양초를 10개 들고 가겠다. 기대된다"고 글을 올렸다. 커뮤니티에는 이외에도 '못 가서 미안하다' '후원으로라도 함께하고 싶다' 등의 지지 의사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집회 주최측은 참가 규모를 최소 200~3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손피켓 200장, 마스크 200장, 양초 400개를 준비했다. 또 이와 별개로 후원금에 대해서는 행사 비용을 초과할 경우 잔액을 서울대 저소득층 생활비 지원 장학금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정치적 의견은 'OUT'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적 성향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고대 집행부의 경우 "집회에서 모든 정치적 견해에 대한 발언을 지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울대 집회 주체 관계자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쏠린 집회가 아닌 구성원 모두가 정의를 외치는 집회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참가 의사를 표시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대 커뮤니티 고파스의 한 이용자는 '연대 친구를 데려가도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올렸다. 이에 주최 측은 "너무 많은 외부 세력들이 금일 행사를 노리고 있어 과감하게 거부해야 다른 단체의 시비를 배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고대 주최 측은 "정치단체 등 외부세력의 물타기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참가자는 교우로 제한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고대 81학번 출신으로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C씨는 이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 사회의 불의를 물리치고 공정하고 공평한 절차가 정착되기를 바라며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한 모임을 자발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시적인 분노와 감정으로 접근하지 말고 냉철하고 차분하게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자신이 트루스포럼 회원이라는 한 서울대 학생은 "오늘은 정치적인 색깔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회원들은 개인의 자격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뜻을 함께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고대와 서울대는 집회는 같은날 저녁 열리지만, 서로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모두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이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세력의 주도 없이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계획을 공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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