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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공룡 직원들 "비윤리적 기술, 우리가 막는다"

기술의 '사회적 책임감' 자각…회사측에 강한 목소리 내기 시작
이민 문제·검열·타직종에도 관심

[편집자주]

미국 IT기업 아마존 노동자들의 시위© AFP=뉴스1
미국 IT기업 아마존 노동자들의 시위© AFP=뉴스1

사회적인 목소리 내기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IT업체 '화이트칼라'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원서에 서명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등의 기존의 행동에서 더 나아가 경영진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들은 최근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팔란티르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팔란티르는 이민세관단속국(ICE)과 미 육군을 포함한 연방 기관에 기술을 제공해, 이민자권익단체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업체다.

아마존 직원들은 아마존에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했고, 주주총회에서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와 맞섰다. 성추행 사건 처리 과정에 불만을 품은 지난해 파업에 이어 구글 직원들은 중국 당국의 검열에 응한 검색엔진인 프로젝트 드래곤플라이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세일스포스와 MS, 구글 직원들은 세관국경보호국(CBP), ICE 및 군과 자신들의 기업과의 유대 관계에 대해 항의했다. 임금과 노동 조건 등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민문제, 중국의 검열 등에 자신들이 일하는 기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미국 기술직 직원들이 지난 2년간 업계를 내부로부터 기업을 변화시키려 했던 시도가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그간 비윤리적 기술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업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통제력 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임금과 무제한의 휴가를 누리고 있지만 이들은 제휴업체 근로자들의 여건과 고용안정, 임금 개선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수십 명의 기술직 직원들을 인터뷰한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법대 비나 두발 교수는 "기술기업 직원들은 자신의 기업이 예전에 다른 다국적기업들이 오랫동안 가졌던 힘보다 더 많은 힘을 가졌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대담해졌다"면서 특히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기술직 화이트칼라들에게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켈리 맥엘헤니 UC버클리 교수는 "기술 분야의 직원으로서 '내 책임은 무엇인가'라는 상당한 죄의식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일하는 다수의 기술직 직원들은 지난 7월 페이스북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앞에서 새로운 계약을 원하는 구내식당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비록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더 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결국 우리는 모두 노동자라고 말하면서 다른 기업의 다른 직종 직원들을 지원하는 이유를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행동주의에 비해 기업측의 인식 변화는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 팔란티르 등은 이같은 직원들의 움직임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아마존의 대변인은 직원들의 '행동주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사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념하고 있으며 창고 직원에게도 좋은 급여와 복지 혜택과 인간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MS 대변인은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른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발언을 내놨다. 구글의 한 대변인은 특정 사안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보복은 금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은 계약직 근로자들의 급여 인상, 직원들의 항의에 따른 국방부와의 재계약 거부, 노숙자들을 위한 주택 기부 등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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