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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라면, '인구 1억' 베트남 공략…법인 세우고 해외 전문가 발령

농심, 해외 경험 두루 갖춘 임원 베트남 법인장으로 발령
오뚜기·팔도·삼양식품 점유율 확대…현지화 상품 집중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농심은 지난해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순이익이라는 성과도 냈다. 지난 6월엔 미국에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한 전문가를 배치했다.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상품 판매를 관리하고 시장 조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다.

국내라면 업체들이 내수 시장이 주춤해지자 반격의 카드로 베트남을 택했다. 현지 법인뿐 아니라 공장을 설립하는 등 저마다 매출 증대에 필요한 준비를 마무리 짓고 있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이르고 라면 소비량이 세계 5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에 집중된 수출국의 다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 라면 대국 베트남, 세계 5위…인구 1억 시장 무궁무진

1일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 5위(52억개)다. 1인당 섭취량으로 계산하면 한국(73.7개)에 이어 두 번째(53.5개)로 많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명에 달해 소비층이 두껍다. 라면 소비가 꾸준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한국인이 즐겨 먹는 매운맛에 익숙하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국내 제품을 그대로 판매할 수 있어 별도 생산 라인이 필요 없는 셈이다.

국내라면 업체도 베트남 공략에 적극적이다. 농수산식품 수출지원정보에 따르면 한국 라면의 베트남 수출은 2013년 330만달러에서 2017년 1369만달러로 4배가량 증가했다. 여전히 미국과 중국 비중이 높지만, 베트남 역시 신흥 시장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업체는 과거 단순 수출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법인과 동시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법인을 세울 경우 현지 관리에 유리하다. 소비자 평가를 빠르게 듣고 사업 계획도 짤 수 있으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제품 출시를 검토할 수도 있다. 공장 설립 역시 빠르게 물량을 공급하고 주변 동남아 시장까지 매출을 늘릴 수 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베트남은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미래 성장성이 밝다"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 베트남 현지 판촉 행사(사진제공=삼양식품)© 뉴스1
불닭볶음면 베트남 현지 판촉 행사(사진제공=삼양식품)© 뉴스1


◇ 공장세우고 해외 전문가 파견…소용량은 언제쯤?

지난해 10월 설립한 농심 베트남 법인은 올해 상반기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약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아직 소액에 불과하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6월엔 농심아메리카 출신 임원을 베트남 법인장으로 발령냈다. 현지 시장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뚜기와 팔도 역시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있다. 오뚜기는 대표 제품 진라면·열라면을 중심으로 공급한다. 팔도도 '점보 코레노'라는 현지 제품을 내놓고 있다. 봉지라면임에도 냄비 조리 없이 끓는 물만 넣어 먹는 상품이다.

삼양식품은 아직 현지 법인은 없다. 불닭볶음면을 수출하며 한국 매운맛을 알리고 있다. 한류 열풍 속에 한국 매운맛을 경험하고픈 현지인이 증가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베트남의 강점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로 내수 시장 잠재력과 성장률이 높다"며 "불닭볶음면으로 한국식 매운맛 알리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화는 과제로 남는다. 한국산 봉지 라면은 100∼120g으로 60∼80g의 현지 상품보다 용량이 크다. 베트남인이 1인분으로 느끼기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소득 수준이 아직은 높지 않아 한국의 비싼 라면 소비 증가에 한계가 있다"며 "현지 법인과 본사가 소용량 제품 출시로 타사 제품 대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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