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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늘 최고로 좋은 물건만 들어왔어…얼른 사요"

추석 앞둔 수원 전통시장, 상인·손님 '웃음꽃 활짝'

[편집자주]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오늘 삶은 족발 맛 좀 보고 가세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하루 앞둔 12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에 위치한 못골종합시장은 이른 오전부터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시장을 들어서기 전부터 가격을 흥정하거나 같은 값이라도 조금 더 달라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오늘 최고로 좋은 물건만이 들어왔다"는 상인들의 말이 이곳저곳 울려 퍼졌다.

한 눈에 봐도 모든 가게들이 사람들로 붐벼 시장 어귀에서부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생선가게 주인은 조기를 사러 온 손님에게 "10~15개 한접시는 1만원"이라고 하고 새우를 사러 온 손님에게는 "왕새우 35마리 1만원에 가져가요"라며 말했다.

가족과 함께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시선은 매장을 향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좋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유심히 살펴보는 손님과 그런 손님을 한명 더 받으려는 상인들로 시장 안은 북적였다.

일반 평일보다 명절 때 사람이 더 많아서 좋다고 말한 과일가게 주인은 대추 100g당 3000원, 햇밤 100g당 8000원에 손님들에게 팔았다.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특히 재미난 것은 사과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에게 풋사과 6개에 5000원에 판다며 "제삿상에 (과일 수)홀수로 올리면서 남은 하나는 가족끼리 나눠 먹으라는 의미로 6개씩 묶어 내놓았다"고 말했다.

푸근한 인상으로 손님을 대하던 과일가게 상인은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에게는 "좋은 명절 보내세요"라는 말과 함께 아이에게 건네라며 사과 1/4크기를 잘라 주기도 했다.

추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송편이다. 알록달록 오색빛깔을 띤 송편 겉면은 먹음직스럽게 기름칠이 돼 있다.

손님들은 "식구가 대가족이니 1kg 1만원어치 사겠다", "집에 내려가면서 가족과 함께 나눠먹기 위해 5000원(500g)어치 정도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떡을 담고 있는 떡집 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추석은 어디서 보내세요?", "새댁 같은데 곱다" 등 환한 얼굴로 대화를 건넸다.

기자가 6500원 왕란 1판(30구)을 구입하면서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젊은 총각 어디서 왔어?" "고향이 어뎨"라는 등 주인장이 웃으며 정답게 말을 걸어줬다.

바로 옆의 전을 부치는 가게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수원 못골종합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가장 인기있다는 동태전과 호박전은 400g에 9000원씩 판매됐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시장에 풍기자 손님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시식에 응했다.

매장 한편에서는 15명 남짓의 직원들이 쉴새 없이 전을 부치고 있었다.

전 가게 사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액을 기록했다"며 "아무래도 일반 평일과는 다르게 명절대목은 확실히 (매출)다르다"고 말했다.

못골시장과 인접해 있는 영동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귀금속, 의류, 약초, 화장품 가게 등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마치 백화점을 연상하게 했다.

한 손님은 약초가게 앞에서 황기(250g)을 바라보며 "먼저 가신 형님 제사상에 올릴 약초를 구입하러 왔다"며 주인에게 1만원을 건넸다.

이날 상인들과 손님들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한 상인은 "10여년 전과 비슷한 금액으로 상품을 팔고 있다"며 "대형마트를 더 찾는 고객들이 늘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지 않는 마케팅으로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영동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수원 영동시장.© 뉴스1 유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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