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배타고 왔나, 바람타고 왔나'…중국 꽃매미 미국 접수

[편집자주]

일명 중국 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 뉴스1
일명 중국 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 뉴스1

언제부터인가 주변에 나타나 우리를 성가시게 하던 낯선 외래종 꽃매미(홍매미), 일명 중국 매미가 미국에서도 최대 불청객이 되고 있다. 

201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크스카운티에서 첫 발견된 꽃매미는 그간 방역당국의 퇴치 노력에도 불구, 뉴저지 등 주변지역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방역저지선을 뚫고 산림·숲지역뿐 아니라 필라델피아 시청 등 도심에도 떼로 출현해 이에 대한 경각심을 더한다.   

© News1
© News1

곤충 전문가들은 중국 남부지역이 원산인 꽃 매미(lanternfly·학명 Lycorma delicatula)가 배 화물을 통해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놀라운 번식력이다. 일정한 조건이 갖춰진 생태에 알을 낳는 다른 곤충에 비해 아무데나 산란할 수 있는 것이 이들 번식력의 비밀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심지어 움직이는 물체에도 산란한다. 알 상태로 겨울을 지나 부화하면 유충기부터 나무 수액을 먹고 산다. 초반 꽃매미들은 같은 고향 출신인 가죽나무에 주로 몰려들었으나 이제 이들은 메이플(캐나다 단풍나무), 참나무(오크) 등 토종 '양식'에도 길들여졌다. 꽃매미를 줄곧 관찰해온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곤충학자 히더 리히는 이들에게는 뷔페를 만난 격이라고 빗댔다. 풍부한 먹거리와 함께 별다른 천적이 없는 신세계를 발견한 꽃매미들이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라고 학자들은 내다봤다. 리히는 꽃매미가 달리는 차에서도 떨어지지 않고 달라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의 범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꽃매미 유충© News1
'꽃매미 유충© News1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꽃매미는 나무의 수액을 빨고 그을음병을 유발하는 해충이다. 특히 달콤한 즙액을 내주는 포도 등 과실 농가에는 치명적이다. 이들의 폐해로 뉴저지, 펜실베이니아주 포도주 양조업자들은 올해도 울상이다. 주 당국은 꽃매미에 한해 '무차별 살육'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진군은 거침이 없다. 보이는 족족 때려잡아도 이들의 번식력과 확장성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또 미국 자연 생태계내에는 마땅한 천적도 없는 상태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는 한국 등지에서 꽃매미 천적으로 알려진 좀벌을 배양해 천적으로 키우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 좀벌 역시 토종이 아닌 외래종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말하자면 오랑캐로 오랑캐를 물리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격이다. 또한 배양해 효과를 보기에는 앞으로도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사이 꽃매미의 미국 점령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