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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더킹:헨리5세', 이상과 권력 사이 王…티모시 샬라메의 열연

[편집자주]

'더킹: 헨리5세' 스틸 컷 © 뉴스1
'더킹: 헨리5세' 스틸 컷 © 뉴스1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왕에게는 친구가 없습니다. 추종자와 적이 있을 뿐이지요."

헨리5세는 셰익스피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흥미로운 면모가 많은 인물이다. 영국 역사 속에서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통해 프랑스 공략의 길을 연 성공적인 왕으로 평가된다. 셰익스피어의 소설에서도 헨리5세는 방황하던 어린 시절을 청산하고 정도를 걷는 훌륭한 왕으로 묘사됐다.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 '더킹:헨리5세' 속 헨리5세는 자신의 이상과 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외롭지만 재능있는 젊은이로 그려진다. 그가 고독 속에서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헤쳐나가고 변모하는 과정은 요즘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동시대적이다.

8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 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더킹: 헨리5세'(감독 데이비드 미쇼)는 힘과 평화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 왕의 이야기를 밀도있게 담아낸 휴먼 드라마였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통해 스타로 떠오른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불꽃같은 에너지와 매력이 돋보였다.

잉글랜드의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 분)은 소모적인 전쟁을 일삼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궁정을 떠나 가난한 동네 이스트칩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버지 헨리 4세(벤 멘델슨 분)가 사망하고, 왕위 계승권자인 할은 어쩔 수 없이 잉글랜드의 군주 헨리5세로 즉위한다.
'더킹: 헨리5세' 포스터 © 뉴스1
'더킹: 헨리5세' 포스터 © 뉴스1
할은 모든 면에서 아버지와 다른 선택을 하고자 한다. 선왕인 헨리4세는 걸핏하면 전쟁을 일으켜 여러 무고한 생명을 잃게 만든 인물. 헨리5세가 된 할은 희생자를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을 소신으로 삼고 국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그를 시험하는 일이 발생한다. 즉위식에 작은 공 하나를 선물로 보내 할을 모욕했던 프랑스 왕세제(로버트 패틴슨 분)가 또 한 번 그에게 자객을 보내는 도발을 감행한 것. 결국 분노한 할은 선전 포고를 하고 프랑스 땅을 향해 진군한다.  

'더킹: 헨리5세'는 전쟁 영화이면서 '반전'영화다. 영화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적인 성품의 헨리5세가 전쟁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상황들을 맞이하고, 그로 인해 고뇌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이러니한 상황들,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헨리는 더욱 강인하고 냉철한 인물이 돼가지만 동시에 애초 꿈꿨던 이상들과는 거리가 생긴다.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아쟁쿠르 전투신은 영화의 백미다. 이 영화는 스펙타클한 액션의 소재로서 전쟁을 다루지 않는다. 전투신 속, 진흙탕에서 꿈틀대며 '막싸움'을 하는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은 전쟁의 비참함과 공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같은 묘사는 영화의 '반전'이라는, 현대적 주제와 맞닿아 있다.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는 아버지와 반목을 겪으며 저잣거리에서 방황하며 살던 왕자 할이 힘을 가진 군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반항아의 모습부터 자신의 부하들을 독려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까지. 변화의 폭이 큰 인물을 설득력 있는 연기로 구현했다.

할의 오랜 친구이자 멘토 존 팔스타프 역을 맡은 조엘 에저튼은 거칠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매력을 발산한다. 영국 출신 로버트 패틴슨이 우스꽝스러운 프랑스 왕세제 역할을 소화했는데, 캐스팅에서 오는 아이러니와 능청스러운 패틴슨의 연기가 영화에 생기를 더한다. 오는 11월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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