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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사상주입" 인헌고 학생 주장…학교 "강요 없었다"(종합)

"반일구호 강요하고 '일베' 낙인…전국 학생들과 연대할 것"
교장 "특정 견해 주입 없어"…서울시교육청 진상조사 돌입

[편집자주]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인헌고등학교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 교육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학교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이 정치사상을 주입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인헌고등학교학생수호연합(학생수호연합)은 23일 오후 4시30분쯤 관악구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학생수호연합 주장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은 지난 17일 교내 마라톤대회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반일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적으라고 지시했다. 또 교사들이 반일문구를 적게 해 학생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들게 하고 '아베 망한다' 같은 반일구호를 외치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마라톤을 하도록 시켰다. 달리기 싫다는 학생에게 '선언문을 몸에 붙이고 달리지 않으면 결승선을 통과해도 인정해주지 않겠다'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학생수호연합 대변인인 C군은 "인헌고에서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절대 용납되지 않고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다"며 "학생들을 교사들의 사상과 똑같아야만 하는 좀비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학생은 현 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으나 선생님이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좋은데 왜 싫어하냐'며 화를 내고 교무실로 데려가 혼을 냈다"고 주장했다.

C군은 또 "한 선생님이 조국 법무부장관이 사퇴한 당일 학생들에게 '무고한 조국을 사악한 검찰이 악의적으로 사퇴를 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그런 가짜뉴스 믿지마, 가짜뉴스 믿는 사람들 다 개돼지'라고 막말을 했다는 것이 C군의 주장이다.

이 외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분야를 잘했다고 학생이 말하자 한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 '너 일베니'라고 면박을 주거나 학생수호연합 40여명이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던 교실에 학교 측 관계자가 와서 해산시켰다는 증언도 내놨다.

C군은 "인헌고 교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사상독재는 교육기본법에 위반하는 행위"라며 "학생들의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외쳤다.

이어 인헌고 3학년인 김화랑 학생수호연합 대표도 "교사들의 사상주입교육을 거부하면 모욕적 언어를 듣거나 학생부에 좋지 않은 흔적이 남았다"며 "이제는 정치적·사상적 이념을 주입하는 교사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이 결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상 주입을 하는 교사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학생들과 연대할 것이다. 전국 각지의 깨어있는 학생들은 연락을 부탁드린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학생수호연합은 전국학생수호연합으로 확대·결성할 것을 예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승표 인헌고 교장은 이날 오후 4시쯤 교내 시청각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헌고는 보편적 교육을 지향하고 있으며 강압적·고압적인 특정 견해 주입교육은 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들 다양한 견해를 존중하는 교육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헌고 학생회장단은 비슷한 시각 입장문을 내고 "인헌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더 이상 정당이나 언론 또는 외부 단체에서 학교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학교와 교육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인헌고를 방문해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특별장학은 초·중·고교 현장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에 대해 시교육청이 진상을 파악하고 관련 조처를 하기 위해 진행하는 현장조사를 말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특별장학에서 인헌고 전교생을 상대로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여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문제가 있으면 특별감사로 전환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교문 앞 가득 모인 보수단체 회원 및 유튜버들과 기자회견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담벼락 사이로 둘로 나뉜 모습.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일부 교사가 '편향적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교문 앞 가득 모인 보수단체 회원 및 유튜버들과 기자회견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담벼락 사이로 둘로 나뉜 모습.2019.10.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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