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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뛰던 아들이 헬기 이송되지 못한 것을 5년만에 알게 됐어요"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
"경빈이 사진이랑 CD1장받아…이상해서 특조위에 조사 요청"

[편집자주]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살아있는 사람의 눈동자라고 느꼈대요."

어머니는 아직도 그 사진만은 보지 못한다. 해경한테 받아낸 아들의 마지막 사진을 보고 남편은 한참 말이 없었다. 어머니는 그 사진을 영원히 보지 않기로 했다.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 3번째로 발견된 희생자 임경빈군(당시 고2)의 어머니 전인숙씨를 12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만났다. 최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아들의 맥이 잡히는데도 헬기로 바로 이송되지 못했고, 4시간 넘게 배로 이송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인숙씨는 아들이 주검이 되어가는 영상을 그날 지켜봤다.

"아이들 위해서도 참아야겠다. 발이 안 떨어져도 용기를 내서 갔는데, 화면을 보기가 너무나 힘들었죠. 보고 나서 쓰러질 것 같아 피신했어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전인숙씨는 아들을 허망하게 진도에서 잃은 후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참사 첫날 병원에 가서 받은 사체검안서, 이후 증거보존신청을 통해 받은 서류에서 경빈이의 사망은 시간도 위치도 들쭉날쭉했다. 적어도 어디서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알고 싶었다.

"하도 자료를 안 주길래 검찰에 증거보전신청을 해서 당시 기록을 받아냈죠. 우리 경빈이 인상착의랑 멍이 든 사진 한 장이 들어있었어요. 남편은 그걸 살아있는 사람의 눈동자라고 느꼈대요. 또 당시 헬기가 있었다는 상황만 담긴 CD1장요. 좀 이상했어요."

전인숙씨는 검찰에 증거기록보전을 요청하면서 수사의뢰도 같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왜 종결되는지 아무 전언도 받지 못했다.

"해경일지에 보면 우리 경빈이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어요. 그럴 수는 없는 거예요. 추웠다면 조치를 취했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아들을 마음에 품고 몇년간을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돌아다녔다. 최근 3개월 동안도 지구 반바퀴의 거리를 걸어다니며 거리의 사람들을 붙잡고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흐느꼈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윗선 수사까지 닿지 못했고 심지어 사찰을 당하기도 하며 꾸준히 거부당했다.

"막말규탄 때문에 KBS 앞에서 영정사진 가지고 시위하러 갔을 때도 경빈이 사진은 거꾸로 품고 있었어요. 세상이 더러워서, 보여주기 싫어서요."

단원고 2학년4반 임경빈 학생의 책상에는 '태권소년'을 기억한다는 친구들의 편지가 빽빽이 적혀있다. 메모 내용은 '태권소년 경빈이를 오래오래 기억합니다''경빈이형 오랜만이네, 형이랑 운동할 때 진짜 재밌었는데 늘 기억하고 생각하고 있어' 등이다.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들의 의자에 앉아 다시 한번 사진을 닦는다. 5년 7개월 동안 아들의 명찰을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녔다.

그러던 어머니는 2기 특조위가 생기자 올 2월 경빈이의 검안서를 들고 찾아갔다. 경빈이에 대한 기록을 정확하게 받고 싶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1기 때도 경빈이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을 찾아주지 못했다. 그리고 10월 마지막 주, 특조위에서 전인숙씨에게 연락이 왔다.

"경빈이가 나온 영상을 보니까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하시는 분도 늘어났어요. 이게 정말 크게 건드리기는 했구나.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수그러들면 안됩니다."

지난달 31일 특조위가 공개한 영상에서 의사는 오후 5시54분에 "CRP 지속, 병원 이송"이라고 전한다. 그때만 해도 경빈이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오후 6시35분, 함내에서는 경빈이를 헬기가 아닌 배로 옮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의사의 사망판정은 없었다. 당시의 일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맥박이 뛰던 상태로 구조됐던 아들이 헬기를 타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배를 다섯번이나 옮겨타며 5시간 가까이 지나서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이날 비로소 알게 됐다.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으면 물고기로 바람으로 파랑새로 언제든 보자꾸나. 사랑한다, 경빈아, 널 사랑하는 엄마가"(경빈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임경빈군 어머니 전인숙씨가 12일 오후 안산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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