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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회사는 왜 버섯농장 주식을 샀을까?

SK하이닉스, 우영농원 지분 32% 10억에 매입
장애 자녀 걱정한 부모의 마음이 스마트팜으로

[편집자주]

지난해 8월 한 장애인 참가자가 경기도 여주시 우영농원에서 버섯 수확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 뉴스1
지난해 8월 한 장애인 참가자가 경기도 여주시 우영농원에서 버섯 수확 작업을 체험하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 뉴스1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농장의 주식을 샀다. 표고버섯과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이야기의 배경에는 장애를 가진 아들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의 마음이 있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농업회사법인인 '우영농원'의 지분 32%를 10억원에 매입했다. 이번 지분매입으로 우영농원은 SK하이닉스의 관계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우영농원은 경기도 여주시에 위치한 1만1800㎡(약 3600평) 부지의 소규모 농장이다. 더불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친환경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하이닉스가 버섯농장에 투자하게 된 이야기는 이상훈 우영농원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농장 토지의 소유권을 푸르메재단에 넘기면서 시작된다. 

올해 3월 장애인들이 재활과 자립을 돕는 '푸르메재단'이 발달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스마트팜'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대표는 선뜻 시가 30억 상당의 토지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부인과 함께 발달장애를 가진 30대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당시 이 대표는 푸르메재단 측에 부부가 함께 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농장을 일궜지만 힘에 부쳤다며 공익재단이 나서 사회적 자산으로 발전시켜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푸르메재단은 장애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농업분야에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팜을 만들고, 이를 기점으로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마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월14일 서울시 종로구 푸르메재단에서 열린 스마트팜 건립사업 양해각서 체결식 모습. 사진왼쪽부터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 건립 부지를 기부한 이상훈, 장춘순 부부,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 © 뉴스1
지난 8월14일 서울시 종로구 푸르메재단에서 열린 스마트팜 건립사업 양해각서 체결식 모습. 사진왼쪽부터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사장, 건립 부지를 기부한 이상훈, 장춘순 부부, 강지원 푸르메재단 이사장 © 뉴스1

이런 푸르메재단의 계획에 SK하이닉스가 동참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하이닉스는 지난 8월 푸르메재단과 스마트팜 건립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하이닉스는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지속해서 지원하기 위해 지분도 매입한 것이다.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재단법인이 농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농업법인에 출자해서 공익적인 사업을 하기로 했다"라며 "대기업 파트너를 찾던 중에 인근 이천에 사업장을 둔 SK하이닉스와 연결돼 사업을 진행했으며 지급은 농장 설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원의 관리와 운영은 6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푸르메재단이 맡게 되지만 SK하이닉스도 꾸준한 후속 지원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향후 농장에서 재배되는 농산품을 구매 구매하고 임직원 자원봉사 활동을 진행하는 등 농장 운영 전반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자회사 '행복모아'를 통해 장애인 사원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는 반도체 클린룸에서 사용되는 방진의류와 부자재를 제조, 세탁,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행복모아는 현재 234명의 직원 중 189명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장애인 사원 90%가 중증장애인이다. 

여기에 더해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 사내 간편식인 빵과 쿠키를 제조해 납품하는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다. 제과·제빵사업이 자리 잡으면 행복모아는 장애인 정규직 사원 100여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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