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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하룻밤 지낼 맛 나네"…레트로 두바이 여행

[두바이 vs 아부다비 ①] 아랍사람처럼 두바이 여행하기

[편집자주] 유럽이나 아프리카, 혹은 몰디브를 갈 때 두바이 혹은 아부다비를 경유한다면 '꼭, 공항을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형제 도시인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보고 즐길만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적어도 하루, 이틀은 머물러 봐야 후회할 일이 안 생길지 모른다. 앞으로의 여행을 짜기 전, 경유지 선택이 고민된다면 두곳의 매력을 한 번 비교해보자.

두바이 사막 사파리 열기구 투어© 뉴스1 윤슬빈 기자
두바이 사막 사파리 열기구 투어© 뉴스1 윤슬빈 기자

두바이는 여행할 맛이 나는 도시다. 사막 위에 거대한 도시를 세웠듯, 매년 새로운 건물과 즐길 거리를 뚝딱 만들어 낸다. 

돈 많은 산유국이라 뭐든지 쉽게 만든 걸까. 그건 아니다. 두바이는 금융과 관광으로 돈을 버는 도시다. 많은 사람들이 두바이를 엄청난 산유국으로 오해하지만, 산유량은 국민이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를 알아챈 선왕은 두바이를 물류와 무역의 허브로 키우고, 지금의 국왕이 금융과 관광의 도시로 만들어 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액자 형태의 전망대인 '두바이 프레임'© 뉴스1
두바이 프레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뉴스1
두바이 프레임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뉴스1

두바이엔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요소들이 많다. 해안에서 약 8km 떨어진 바다에 건설된 인공섬과 세계 3대 분수쇼, 가로 93m, 세로 150m 규모의 액자 모양 전망대까지 휘황찬란하다. 내년이면 사막 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엑스포도 개최한다.

이와 동시에 요즘 두바이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현대적인 시설들이 우후죽순 생기지만 다른 한편 옛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전 세계가 레트로(복고)가 트렌드인 만큼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백 투 더 올드 두바이'(Back to the Old Dubai)다. 아랍인들을 칭하는 '에미라티'(Emiratis)가 되어보기로 했다. 

알 파히디 역사 지구© 뉴스1
알 파히디 역사 지구© 뉴스1

◇유쾌한 에미라티와 점심 먹기  
 
두바이 도심을 둘러보면 에미라티보다 외국인 이민자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실제로 인구의 15%만 토착민이고 나머지 85%는 외국인들로 구성돼 있다.

두바이 국교는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교들도 공존하고 있고 언어도 아랍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여행 중엔 에미라티와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다. 히잡을 쓴 무슬림(이슬람 신도)이 신비스럽기도, 신기해서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마저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기에 조심스럽다.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 '알 파히디 역사 지구'였다. 

19세기, 두바이 사람들이 실제 살았던 마을을 그대로 보존해 놓았다. 높은 황토빛 담벼락 사이로 미로 같은 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귀엽고 아기자기한 갤러리들과 카페, 숍, 문화센터가 즐비하다. 
 
그저 둘러봐도 좋지만, 그래도 뇌리에 오래 남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셰이크 모하메드 센터'(SMCCU)를 찾았다. '열린 문, 열린 마인드'(Open Doors, Open Minds)라는 슬로건을 가진 에미라티의 환대 문화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전통 문화공간이다.

골목에서 마주한 에마리티를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들© 뉴스1
골목에서 마주한 에마리티를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들© 뉴스1
셰이크 모하메드 센터에서 아랍식 점심을 체험하는 여행객들의 모습© 뉴스1
셰이크 모하메드 센터에서 아랍식 점심을 체험하는 여행객들의 모습© 뉴스1

입구에는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셰이크 국왕과 아들인 함단 왕자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붉은 카펫이 길게 깔린 안마당에 전 세계 여행자들이 둘러앉고 전통 아랍 음식도 맛보고, 히잡도 입어본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를 이끄는 건 에미라티와의 Q&A 시간이다. 입담 좋은 에미라티는 요즘 뜨는 히잡 착용법을 알려주고, 유럽 아내와 결혼한 얘기도 들려준다.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싶을 정도의 사사로운 질문까지 죄다 답변해준다. 쉴 새 없이 질문 공세가 있을 정도로 여행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며, 체험 예약은 주요 여행 플랫폼에서 4만9300원에 할 수 있다.
   
알 시프 지구© 뉴스1
알 시프 내에 자리한 스타벅스© 뉴스1
알 시프 내에 자리한 스타벅스© 뉴스1

두바이 옛 모습을 재현한 곳으론 현지인에게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알 시프도 빠질 수 없다. 이곳은 규모가 약 23만2000m²에 달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별의별 상점들이 다 모여 있다. 현지 브랜드의 부티크숍이나 팝업스토어, 호텔,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엔 스타벅스도 들어왔다. 황톳빛 벽에 걸린 스타벅스 로고가 꽤 인상적이다. 

쇼핑에 영 흥미가 없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두바이 크릭'(Dubai Creek)을 거니는 것도 방법이다. 바다가 흘러들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하천이다.
 
사막 사파리에 나서기 전 가이드가 직접 스카프를 에미라티처럼 씌워준다.© 뉴스1
사막 사파리에 나서기 전 가이드가 직접 스카프를 에미라티처럼 씌워준다.© 뉴스1

◇스트레스 다 날려버린다…사막 사파리

두바이에서 가장 기대했고, 만족도가 높았던 시간은 단연 사막 사파리 투어다. 괜히 두바이 여행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도심에서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파리 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는 많은데 '럭셔리' 콘셉트로 지향한다고 홍보하는 플래티넘 헤리티지(Platinum Heritage)를 골랐다.
 
다른 여행사와 가장 큰 차이는 차량이었다. 대부분 최신 SUV 차량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곳에선 영국의 옛 군용 랜드로버를 개조한 차량으로 사막의 언덕을 빠르게 달린다. 투어 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데, 저녁 식사를 포함한 오후투어를 즐기기로 했다.
 
투어에 앞서 가이드가 도심으로 픽업하러 온다. 휘황찬란한 도심에서 약 30분 정도 나가면 고속도로 옆으로 척박한 사막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 낙타도 눈에 띄는 순간부터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투어 시작은 가이드가 스카프를 씌워주면서부터다. 모래바람으로부터 얼굴을 지켜주기 위해 코와 입까지 가려준다. 스카프는 나중에 가져갈 수 있어, 이왕이면 좋아하는 색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사막 위를 달리는 군용 랜드로버 차량© 뉴스1
사막 위를 달리는 군용 랜드로버 차량© 뉴스1
인공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아라비아 오릭스© 뉴스1
인공 오아시스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아라비아 오릭스© 뉴스1
해가 질 무렵 매사냥 시범을 볼 수 있다© 뉴스1
사막 캠프에선 헤나 체험이 가능하다. 헤나는 일주일 후면 색이 빠진다. © 뉴스1
사막 캠프에선 헤나 체험이 가능하다. 헤나는 일주일 후면 색이 빠진다. © 뉴스1

모든 준비가 완료된 랜드로버는 거침없이 붉은 빛이 도는 사막을 달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비현실적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가젤과 아라비아 오릭스 등 야생동물이 나타난다. 어느 하나 인위적인 것이 없었다.
   
1시간 정도 달리고, 해 질 무렵 모든 투어 차량이 평평한 사막으로 모인다. 일몰과 함께 매사냥 시범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매는 UAE 국조다. 

신통방통한 매사냥 시범을 보고, 사막 캠프로 향한다. 에미라티는 예부터 손님을 대접할 때 내어주는 대추야자와 함께 가와(아랍식 커피)를 주며 환영한다. 한국의 대추보다 알이 굵은 대추야자는 무척 달콤해서 쓴맛의 커피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사막 한 가운데 덩그러니 자리한 캠프는 즐길 거리가 생각보다 다양한 편이다. 낙타도 타볼 수 있고 아랍 전통 문양을 새겨주믄 헤나며 물 담배(시샤), 수피댄스(전통 춤)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싱싱한 샐러드와 함께 피타(아랍빵), 콩, 양고기, 닭고기, 낙타고기로 구성된 아랍식 저녁 식사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열기구 풍선에 강력한 불줄기를 넣는 스텝들© 뉴스1
열기구 풍선에 강력한 불줄기를 넣는 스텝들© 뉴스1

◇고소공포증을 꾹 참고…사막 위 일출 보기

열기구 투어는 사막 사파리의 옵션 중 하나다. 언제 사막 위에서 그것도 일출을 감상할 수 있겠냐 싶어 고소공포증은 꾹 참아보기로 했다. 

열기구에 타려면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한다. 캠프에서 약 15분 정도 떨어진 곳엔 거대한 열기구들이 늘어져 대기하고 있었다. 

슬슬 해가 뜨기 전, 하늘이 분홍색과 보라색의 그러데이션으로 물들어질 때쯤 열기구 투어 스텝들이 5인 1조가 되어 분주히 움직인다. 강력한 불줄기와 바람으로 풍선이 어느 정도 부풀어 오르면 스텝들은 부랴부랴 탑승객들을 열기구에 태운다.

열기구는 이탈리아 출신의 전문 조종사가 운전했다. 현재 위치를 GPS로 확인하면서, 다른 조종사들과 바삐 교신한다. 꽤 프로정신이 강해 보였다. 안전 수칙을 어긴 탑승객에겐 장난 섞어 꾸짖기도 한다. 

열기구 투어 중에 맞이한 일출© 뉴스1
열기구 투어 중에 맞이한 일출© 뉴스1

열기구는 빠르게 쭉쭉 하늘로 오른다. 저 멀리 다른 열기구들이 나타나면 서로 위, 아래로 움직인다. 무서움도 잠시, 어느새 사막 위로 해가 뜨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해가 다 뜨고 나면 매사냥 시범도 보여준다. 

△두바이여행 꿀팁

두바이공항에서 무료 유심(USIM)을 나눠준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공항 직원이 200MB짜리 유심을 여행객 대상으로 준다. 혹시 받지 못했다면 직원을 찾아가서 달라고 하면 된다. 해당 유심은 충전하면서 쓸 수 있다. 취재 협조=두바이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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