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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수號 GS 경영 키워드는 '열린 혁신'…"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라"

그룹 내 글로벌 센서 역할, 홈쇼핑 사업 주도하며 글로벌마켓 이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회사 설립 결정적 역할, 스타트업과 협업 강조

[편집자주]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뉴스1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 뉴스1
"기업을 하나의 생물체라고 본다면 기업경영이란 외부 생태계의 변화를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해나가는 과정이다."

3일 GS그룹의 새 회장으로 추대된 허태수 신임 회장은 그룹 내 글로벌 센서(Sensor)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의 근무 경험과 홈쇼핑 해외사업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마켓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게 GS그룹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GS그룹은 외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열린 혁신)과 '스피드 경영'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일찍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운영한데 이어 현지 자회사 GSL 랩스(Labs)를 설립하며 그룹의 혁신을 주도했다. GSL Labs는 'Global Sensing & Learning Labs'의 줄임말로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감지해 서울로 전달하는 역할과 직원들의 혁신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GS그룹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해 그룹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막후에도 허 회장의 조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경영을 대하는 허 회장의 특별한 관점은 평소 트렌드 변화를 센싱하는데 많은 노력을 투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외 비즈니스 신간, 신문 잡지를 꼼꼼하게 읽고 관련 임직원에게 공유해주는가 하면,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직접 찾아가 묻는다.

영업 실적 보고를 받을 때에도 해당 실적이 소비자와 협력사, 경쟁 관점에서 어떠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반드시 현장을 통해 확인한다.

허 회장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도 같은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형 함선이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없듯 전통적 대기업 모델이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기술과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허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시장을 독식하는 전통적 대기업의 모델은 위험하며, 스타트업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건강한 영향력을 주 받는 것이야 말로 기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인류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허 회장이 강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전임 허창수 회장이 주창했던 'Grow with us'(함께 성장하라)라는 경영철학을 계승하는 한편, 온화하고 협력을 중시하는 GS 기업문화와 어우러져 GS그룹의 새로운 경영방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허 회장은 "초경쟁 시대를 이겨낼 핵심 경쟁력은 고객의 개별적 니즈를 얼마나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렸다"며 "디지털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라고 평소 강조한다.  

또 허 회장은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인공지능)와 블록제인 기술이 가져올 미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클라우드(Cloud)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IT 기술의 최신 경향을 GS그룹 전반에 전파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2월제20회 한국유통대상 시상식에서 허태수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News1
지난 2015년 12월제20회 한국유통대상 시상식에서 허태수 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News1
그는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자발적 혁신도 중시한다.

허 회장은 "이제는 최고경영자나 몇 명 리더의 역량으로 혁신을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현업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업가 정신으로 무장해 자발적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궁금한 것이라면 몇 시간이라도 물어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GS홈쇼핑에 있는 허 회장의 사무공간은 10평 남짓한 공간에 직원들과 둘러 앉아 토론할 수 있는 넓은 데스크가 전부다. 대신 임직원 회의실을 겸해 사용하고 있는 허 회장의 서재는 경영, 과학, 역사에 이르기까지 허 회장이 직접 고르고 탐독한 도서들이 가득하다.

허 회장은 골프 플레이 2시간 전에 미리 연습장에 도착해 연습하는 등 근면한 성품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은 골프 경기 자체보다 연습을 하면서 스윙을 가다듬는데 열성이다"라며 "승부뿐 아니라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데 최고의 기쁨을 느낀다. 그러다 보니 배울게 있는 사람이라면 직급,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허 회장의 예우를 받는다"고 전했다.  골프는 물론이고 스키, 수영, 자전거에 능하고 고교시절부터 농구실력도 출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은 해외 출장 시에도 실무 직원과 함께 같은 숙소에 묵고, 이동도 다인승 밴(Van)을 이용하는 등 소탈한 성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허 회장은 고려대 법대와 조지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를 거쳐 미국 컨티넨탈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LG투자증권에서 M&A팀장, IB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공기업과 중견기업의 주식연계채권을 해외 시장에서 발행하여 달러를 조달했다. 2002년도 GS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2007년 대표이사에 오르기 까지 5년의 기간 동안 전략기획부문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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