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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의 북살롱]'칼럼계 아이돌'이 해석한 논어는 어떨까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쓴 김영민 서울대 교수
추후 '논어 번역 비평' '해설' '새 번역' 등 10여권 책 펴낼 계획도

[편집자주]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뉴스1 이기림 기자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뉴스1 이기림 기자

'칼럼계의 아이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53)에게 붙은 별칭이다. 위트 있는 글쓰기로 인기를 끄는 그는 첫 에세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8만부 이상 판매한 작가이기도 하다.

진짜 아이돌만큼은 아니지만,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핫'한 김영민 교수를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북카페 비플러스에서 만났다. 신간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사회평론)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이같은 인기를 받아들이지만 "목적 지향적인 행동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거액의 광고 요청도 들어왔는데 순전히 얼굴을 공개하기 싫은 마음에 거절했다"며 거리에서 알아보기 어렵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돈을 벌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라는 식으로 답할 수 있지만 그건 제겐 부수적 현상일 뿐"이라며 "'펑크록의 대모' 패티 스미스의 말을 빌리면 '그냥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신간도 그런 글쓰기로 탄생했다. 다만 조금은 다른 의미가 더해졌다. 김영민 교수는 동아시아 사상사를 연구한 학자로 고전 '논어'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기존 출간된 한국어 번역본이나 관련 책들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다.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1만5000원.© 뉴스1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1만5000원.© 뉴스1

그는 고전을 '만병통치약' 찾듯이 이해하는 현재의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논어'에도 "결정적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텍스트나 문장을 읽는 훈련을 하는 유용한 자원이자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데에 중요한 책"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번 글쓰기에는 김영민 교수의 견해를 반영하겠다는 '목적'이 더해졌다.

고전인 논어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진지함을 추구하는 학문서로 보이지만, 표지로 보나 제목으로 보나 글로 보나 그렇진 않다. 오히려 '김영민' 특유의 유머와 지혜가 돋보이는 에세이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나이 많고 지식인이라 자칭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것 같은 '논어'이지만, 김영민 교수의 글쓰기로 논어라는 죽은 텍스트는 살아 숨 쉬는 콘텍스트(문맥)로 구성돼 우리에게 다가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반 에세이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마치 직업병처럼, 그가 평소 가르치는 대학생 이상의 수준에 적합한 글로 읽힌다.

수준이야 어찌 됐든 책을 읽고 나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산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세상을 조금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란 느낌이 든다. 글 곳곳에 담긴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생각들, 영화나 문학 등의 내용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이번 신간은 그가 구상하고 있는 '논어 프로젝트'의 시발점에 불과하다. 그는 "기존 한글로 된 논어의 해석이나 번역에 대해 많은 부분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기존의 번역본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번역 비평', 10권의 '논어 해설', 논어 새 번역 등 10여권의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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