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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한 7억, 먼저 간 두사람…끝나지 않은 '아파트 비극'

노원구 한 아파트 경리직원·관리소장 잇달아 극단 선택
관리비 사라져…비대위 "입주자 대표도 의심" 7명 고소

[편집자주]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지난달 26일과 30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직원과 관리소장이 나흘 사이로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사라진 아파트 관리비'가 있었다. 잇달아 두 명이 사망하면서 아파트 관리비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렸다.

시작은 공사대금 입금 문제였다. 아파트 도색과 배관공사를 진행했는데 중도금이 입금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리직원 박모씨는 관리소장 송모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나흘 뒤 송씨가 뒤를 따랐다.

사건이 벌어진 후 찾은 아파트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한 주민은 "행방을 모르는 돈이 수억원이라고 들었는데 동대표나 주민대표라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대체 뭘 했는지가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지를 모아보자며 열린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결국 사태를 해결하자며 모인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사건을 경찰에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비대위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포함한 임원 4명과 2명의 고인, 관리사무소 서무주임을 포함한 7명을 고소했다.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서무주임도 통장을 관리하는 데 가담했으며 사건 이후 연락이 끊겼다.

8일 경찰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의 이름으로 이뤄진 사건 접수는 아직까지 없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사건을 경찰에 접수하지 않고 구청에서 감사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역시 관리비를 빼돌리는 데 가담했을 것이란 의심의 시선도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재무제표와 실제 통장 잔액이 일치하지 않은 기간이 10년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이 관리비로 모아온 장기수선충당금은 총 13억원가량이 있었어야 하며, 이 돈은 3억여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9억여원이 들어있는 통장에 나뉘어 있었다.

이중 3억원이 보관돼 있는 통장은 해지가 돼서 잔액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고, 9억원이 들어 있는 통장의 잔액은 240만원가량인 상태다. 장부상으로는 7억2500만원 정도가 남아 있었어야 맞다는 게 비대위 측의 설명이다. 이 설명대로라면 비는 금액이 7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면장부가 존재할 가능성을 의심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임원들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과 고소·고발이 잦았다"며 "의심은 가지만 고소·고발이 두려워 비대위에 맡긴 상태"라고 전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일이 벌어지고 난 후 노원구가 지역구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오승록 노원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6일부터는 구청과 서울시가 합동으로 회계감사와 아파트 시설 감사를 벌이고 있다.

회계감사 결과 실제로 횡령이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될 경우 서울시와 노원구청에서도 별도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게 된다. 경찰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아닌 비대위가 사건을 접수한 만큼 아직까지 제대로 제공받은 자료가 없고, 회계감사가 끝난 이후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해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6일 고소인조사를 한 차례 진행했다"며 "일주일간 진행되는 구청 감사가 끝나면 장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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