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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교장 권한 제한' 조례 재의 요구…"학교자치 훼손"

서울시의회에 재의결 요구서 내…상위법령 위반 및 공익 침해도

[편집자주]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9.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9.12.17/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시교육청은 9일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교장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 개정안을 다시 심의해 달라며 서울시의회에 재의결 요구서를 제출했다. 상위 법령 위반 및 공익 침해 소지가 있는데다 학교 자율성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사실과 이에 따른 이유와 의견 등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해당 개정안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상호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다. 교육감 또는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한 각종 행정권한을 필요한 경우 교육감과 교육장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0일 이를 의결하고 즉시 서울시교육청에 이송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조례안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이를 공포해야 하며 이의가 있다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검토 끝에 마지막 날 재의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핵심 이유는 상위 법령 위반 가능성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르면 법적 성질상 위임권자가 수임기관의 장에게 권한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사무에 대해 행정권한을 상실하기 때문에 상위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교육부 법령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교육감이 권한을 행사할 사유와 근거가 불명확해 현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학교구성원 합의 없이 교육감·교육장이 권한을 행사할 경우 공익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교사노조, 서울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서울유초중고교장회 등이 조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현장 발발이 거세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육감과 교육장 권한을 강화하는 개정안인데도 줄곧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학교자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학교자치 구현을 목표로 권한 이양이나 위임사무 확대 등을 추진했다.

이런 반대와 우려에도 서울시의회가 이번 개정안을 의결한 건 이른바 '장안초 정문 폐쇄 갈등'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시각이다.

발단은 지난해 새로 부임한 이 학교 교장이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정문을 폐쇄하면서다. 불편을 겪은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과 민원제기가 이어졌고 해당 지역구 시의원까지 개입했지만 끝내 정문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갈등 과정에서는 교장과 시의원 간 법적분쟁까지 벌어졌다. 이후 시의원들은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감이나 교육장을 통해 해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재의라는 것이 무거운 행위임을 충분히 알지만 상위법령 위반 소지가 크고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등 현장 우려가 매우 커 불가피하게 요구하게 됐다"며 "시의회가 재의 과정에서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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