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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지역상품권 특별할인'…왜?

정부 "지역경제 활성화" 도입 장려, 할인판매 손실은 세금으로
유통 쏠림현상…전문가들은 "세금 낭비, 장기적 효과 없다"

[편집자주]

경북 포항사랑상품권 8% 특별 할인 판매 첫 날인 13일 오전 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남구 시청 농협 포항지점과 대구은행 지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경북 포항사랑상품권 8% 특별 할인 판매 첫 날인 13일 오전 상품권을 구입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이 남구 시청 농협 포항지점과 대구은행 지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명절 설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대대적으로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잘 보이지 않던 특별 할인이 올해엔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할인율은 5%에서 10%까지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지자체들이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자체가 지역상품권을 발행·운영할 수 있도록 연간 2조원을 풀면서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고 ‘돈이 도는 지역 사회’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자 예산 확보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이 붙었다.

정부가 돈을 풀자 지역상품권을 발행한 지자체가 2018년 66곳에서 2019년 177곳까지 약 3배 급증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199개 지자체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화천사랑상품권 © News1 홍성우 기자
화천사랑상품권 © News1 홍성우 기자

15일 강원도에 따르면 지역별 도입 시기는 다르지만 18개 시·군 중 속초, 양양, 홍천, 동해, 평창, 횡성을 제외한 12개 지역에서 현재 지역상품권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정부 시책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인 지자체들은 지난해 추석부터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강원 양구군은 지난해 추석부터 10% 특별 할인 판매를 위해 조례를 신속히 개정했다. 그 결과 당초 목표 금액 60억원보다 많은 69억원을 판매해 처음으로 초과 달성했다.  

인제군은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이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석 한 달 전부터 1인당 30만원 구매 한도 내에서 10%를 할인했더니 문의가 쇄도해 25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춘천사랑 상품권. © News1 
춘천사랑 상품권. © News1 

춘천시는 올해 설부터 1인당 50만원 한도 내에서 10%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상품권 할인 판매에 따른 손실 금액은 정부 세금으로 보전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533억원, 올해 711억원을 지원해줬다.

지역상품권 도입 지차체가 확대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가맹점·상품권 관리, 1인당 구매 한정, 적정 할인율 등 내용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사업 종합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렸다.

할인율은 10%까지 지역실정에 맞게 적용하고 11% 이상일 경우엔 정부와 협의하도록 했다.

지역상품권 특별할인을 준비 중이거나 지역상품권 도입을 계획 중인 지자체도 있다.

화천군은 조례 개정을 통해 올해 추석부터 지역상품권 할인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강릉은 상반기 중, 홍천군은 7월쯤 지역상품권을 출시할 예정이다.

태백사랑상품권 일만 원 권 © News1 
태백사랑상품권 일만 원 권 © News1 

◇"효과 없는 정책, 국가 세금만 낭비"

지역상품권 특별 할인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지역상품권의 본래 취지는 자금의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절 등 특수 기간에만 특별 할인을 하는 것은 ‘반짝’ 활성화할 뿐이지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상품권이 다양한 시민들에게 고르게 유통돼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돼야 하지만 공공기관, 지자체 등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지원 중심으로 가게 되면 결국,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중단되면 할인 혜택도 없어져 시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림대학교 경제학과 이모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효과 없는 정책이며 국가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며 “지역간 자금 유출입으로 서로 다툴게 아니라 지역 자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균 춘천시의원은 "상품권을 할인 발행하는 것은 채권성격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백화점 영업 방식이다"며 "행정기관이 할인 판매까지 하면서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에 3개 이상 통용되고 있는 상품권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각 지자체마다 강원사랑상품권, 지역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 3개 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더구나 상품권 사용이 확산되지 않고 상품권 중복 문제 등으로 판매량의 80%가 지자체,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같은 금액의 상품권이 중복돼, 지역상품권을 기존 2000원에서 5000원권과 10000만원권을 도입할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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