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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亞영화 19년만의 작품상 후보…'기생충', "로컬 영화제" 장벽 넘을까

[편집자주]

봉준호 감독 © AFP=뉴스1 © News1 DB
봉준호 감독 © AFP=뉴스1 © News1 DB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올해로 92회째를 맞이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수상 역사도 새로 쓸 수 있을까.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본상 후보에 처음으로 한국 영화가 노미네이트됐다.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극영화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까지 총 6개 부문이다. 

'기생충'은 지난 13일 본상 후보가 발표되기 전부터 국제극영화상 본상 후보가 확실시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연말부터 연초까지 아카데미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 유수 영화제와 시상식의 상을 휩쓸며 수상 행렬을 이어가면서 오스카 입성 청신호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기생충'은 국제극영화상 후보 뿐만 아니라 총 6개 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수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영화사적으로도 큰 이슈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2001년 영화 '와호장룡'(2000년 개봉)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아계 인물이 작품상의 프로듀서로 노미네이트 된 것도 이번이 세 번째다. 또한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명함을 내민 것은 네 번째. 1965년 데시가하라 히로시, 1985년 구로사와 아키라 및 2001년 이안 감독 이후 19년 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봉준호 감독도 "로컬 시상식"이라고 말했을 만큼, 자국 영화 혹은 자국 자본이 투입된 영화 위주로 시상하는 '미국의 시상식'으로 불린다. 미국, 백인, 남성 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보여준 탓에 외국의 좋은 작품들은 외국어영화상 부문에서 수상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에 그간 영화계의 비판을 면치 못했지만 지난 2009년~2010년 초반대부터 조금씩 개방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점차 여성 회원, 다양한 국가의 신규 회원이 증가하면서 시상식도 다양성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이같은 변화를 보여왔기에, '기생충'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근래 3년간 작품상 및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과 인물들은 비교적 다양했다. 2017년 '문라이트' 배리 젠킨슨 감독이 흑인 감독으로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8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판타지 장르 영화로 이례적으로 수상 성과를 거둔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영화이자 멕시코 언어인 스페인어로 만들어진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감독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입성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도 뜨겁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이 오스카에 발을 들인 첫 한국 영화로 역사를 만들었다"고 전했고,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도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며 추후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국 매체 가디언도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는 비영어권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까지 밝혔다. 외신들의 전망처럼, '기생충'이 오스카 역사를 새로 쓰는 수상 진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전세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상식은 현지시간으로 2월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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