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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성차별' 상담은 234건인데…1년에 단 2건만 검찰로

노동계, 남녀고용평등법 '유명무실' 비판…"정부 의지 의문"

[편집자주]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여성 노동자 차별 철폐 촉구 시위. 2019.7.3/뉴스1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여성 노동자 차별 철폐 촉구 시위. 2019.7.3/뉴스1

'1년에 2건꼴.'

고용 성차별 관행을 들어내기 위해 만든 법률 위반에 따라 정부가 지난 6년간 검찰로 넘긴 사건의 숫자다.

산업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성차별 건수와 언뜻 봐도 크게 배치된다.

정부는 '상호합의'가 이뤄지면서 기소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사건이 대다수인 탓이라고 해명한다. 시정조치와 같은 행정처분으로 해결 가능한 사안이었다는 설명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정부의 성차별 철폐 의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 주요 금융기관에서 합격자 성비를 내정한 대로 맞추고자 서류나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등 조직적인 채용비리 관행이 드러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갈 길이 먼 성평등 관행 정착에 속도를 붙일 시점에, 정부가 거꾸로 법규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지난 22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2014~2019년 6년간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모집·채용의 성차별 금지 위반으로 적발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6건뿐이다.

교육·배치·승진 성차별 금지 위반으로 송치한 사건은 모두 6건이다. 그나마도 최근 3년 동안에는 한 건도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채용과 교육·배치·승진에 있어 성차별을 한 경우 사업주에 대해 각각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지난 6년간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총합 12건으로, 1년에 2건꼴에 불과하다.

반면 모집·채용과 배치·승진 등에 있어 성차별을 받은 것으로 지난 5년(2014~2018년)간 고용부 위탁 상담소에서 상담받은 건수는 1170건에 달한다.

1년에 2건(기소 건수)과 1년에 234건(상담 건수)꼴 사이 간극은 크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건수가 적은 것은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으로 종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고용상 성차별 방지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데다가, 정부의 성차별 철폐 의지도 미약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보고서를 쓴 정경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녀고용평등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중 거의 유일한 성평등 고용 개선 제도로 평가되는 '적극적인 고용개선조치(AA)' 역시 민간 기업에 대한 강제성이나 페널티(벌칙)가 없어 2006년 도입 이후 10년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란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에 여성 고용률과 관리자율 기준 등 차별개선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도록 유도하는 일련의 제도다. 넓게는 고용 성평등을 위해 잠정적으로 특정 성을 우대하는 조치를 말한다.

정 연구위원은 "성별에 따른 고용차별을 없애거나 고용평등 촉진을 위한 남녀고용평등법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 목적이 심각하게 퇴색하고 있다"며 "기업의 자율적 개선 노력에만 맡긴 채 정부의 적극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송치 건수가 법규의 실효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고용상 성차별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제기한 문제가 상호 간 조정으로 인해 제대로 시정됐을지는 의문"이라며 "현재와 같이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는 성평등을 위한 고용 개선을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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