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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병장 이낙연vs아이 안은 황교안…종로판 '명함의 정치학'

이낙연, 직접 사진과 문구 골라…휴대번호까지 공개
황교안, 명함 사진으로 3040 부모 공략하며 외연 확장

[편집자주]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예비후보 명함. © 뉴스1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예비후보 명함. © 뉴스1

'육군병장 만기 제대 이낙연' '실향민의 아들 황교안'

명함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그러나 정치인의 명함을 보면 선거가 보인다. 21대 총선 예비후보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홍보물, 명함. 작은 종잇조각 하나에 이낙연, 황교안 두 후보의 인생과 필승 카드, 그리고 상대에 대한 뼈있는 공격이 숨어 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대표의 예비후보 명함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각각 개성이 강한 후보이니만큼 앞면 사진부터 뒷면 이력까지, 두 후보가 강조하고 싶은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모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침으로써 명함 배부가 가능해졌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명함 전면에는 환하게 웃는 이 전 총리의 얼굴이 들어갔다. 얼굴 옆에는 "종로의 삶을 챙기겠습니다, 종로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사진과 구호 모두 직접 이 전 총리가 고르고 확정했다는 후문이다.

이 전 총리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수십장의 사진 중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고심해 골랐다"고 했다.

반면 황교안 대표의 명함에는 '절망을 딛고 종로를 새로 고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빨간 옷을 입고 미소 띤채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황 대표의 측면 모습이 들어가 이 전 총리와 대조된다.

이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부드럽고 친근한 모습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아기(Baby), 동물(Beast), 미인(Beauty)을 등장 시켜 호감도를 올리는 '3B 법칙'은 오래된 광고 기법으로 정치권에서도 단골 소재다.

황 대표 측은 통화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잘 성장시켜 새로운 종로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3040 부모들까지 황 대표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각각 주민들과 당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2.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각각 주민들과 당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0.2.1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명함 뒷면에는 두 후보의 이력이 적혀있다. 이력을 보면 후보가 강조하고 싶은 면모가 자연스럽게 읽힌다.

두 후보가 공통으로 적은 이력은 △출생지 △졸업대학교 △국무총리 이력이다.

황 대표는 출생과 관련해 '1957년 서울에서 실향민 아들로 출생'했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경기고등학교 졸업 △제63대 법무부 장관 △자유한국당 당대표 등의 이력이 태극기 배경으로 적혀있다.

이 전 총리는 △육군 병장 만기제대 △동아일보 기자 △4선 국회의원 △전라남도 지사를 이력으로 기재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이력으로 '육군 병장 만기제대'를 적은 것이 황 대표가 군대를 면제받은 것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 전 총리 측은 "그런 의도라기보다는 워낙 우리 사회에서 군대 문제가 민감하지 않냐"며 "기본적인 것을 넣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 명함 뒷면에는 이력 이외에도 개인 휴대폰 번호와 사무실 전화번호,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미디어 주소가 적혀있다.

특히 이 전 총리 측에 따르면 개인 휴대폰 번호를 명함에 적는 것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켜온 '언제든지 친근하게 찾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오전 출근 인사를 한 뒤고 김사열 후원회장과의 면담, 키코공동대책위원회으로부터의 감사패 전달 등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같은 날 오전 황 대표 서울 종로구 종각역 지하상가에 있는 '청년복합문화마켓'을 둘러보는 등 2030세대 표심 공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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