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김화진 칼럼]우버 소송과 사외이사 독립성

[편집자주]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국내에서뿐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이런저런 논란과 법률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라이드 셰어링 서비스 회사 우버(Uber)가 2015년에 구글과 문제를 일으켰다. 우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이 업계에서 ‘AL’로 통하는 구글의 한 엔지니어지를 스카우트하려고 시도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우버의 명운은 자율주행차의 실용화에 달려있고 한다. 우버는 소프트뱅크, 토요타가 지분 참여한 자율주행차 개발회사(Uber ATG)도 보유한다. AL은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부문 선임 엔지니어였다.

2016년 1월에 AL이 이끄는 십수명의 구글 엔지니어들이 ‘오토’(Ottomotto)라는 회사로 이적했다. 오토는 신설된 회사인데 독자 사업이 없고 주소는 AL의 자택이었다. 우버는 오토를 단돈 1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다. 즉, 인재 스카우트를 M&A로 둔갑시켜 진행한 것이다.

우버는 오토를 인수하기 전에 나름 기업실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우버 측은 스트로즈라는 디지털 포렌식 전문기업을 고용해서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구글에서 재산적 가치가 있는 정보를 가지고 나왔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구글 출신들이 상당한 분량의 파일을 구글에서 들고 나왔고 스트로즈의 조사에 즈음해서 은밀하게 파일을 삭제하려고 시도까지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사결과는 우버의 법무실장과 우버의 외부 변호사에게 전달되었다. 변호사는 (이사회가 아닌) 캘러닉에게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 오토 인수에 부정 의견을 냈다. 그러나 2016년 4월 11일에 우버 이사회가 소집되었고 이사회는 오토 인수를 승인했다. 이사회는 기업실사 일반에 대해 논의했으나 스트로즈 보고서는 이사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2017년 2월에 구글은 오토와 우버에 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 이 소송은 화해로 끝났는데 우버가 2억4500만 달러 가치의 우버 주식을 구글에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우버는 AL도 해고했고 6월에는 캘러닉도 최고경영자직에서 내려왔다(이상 미국 로펌 프리드 프랭크의 사실관계 정리).

회사의 경영자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했을 때 회사는 해당 경영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 결정은 물론 이사회가 내린다. 그런데 이사회가 현직 경영자는 물론이고 얼마 전까지 같이 이사회에 있던 전직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일단 어렵다. 이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한다. 주주대표소송이다.

미국법은 우리 상법과 달리 사외이사들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사외이사들이 판단해서 소송제기를 결정하게 한다. 사외이사들이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하면 거기서 끝난다. 주주가 따로 소송을 할 수 없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가 바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다. 법원이 판단하기에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에 독립적이면 거기서 끝내고 아니면 주주에게 대표소송을 허가한다.

2018년 12월에 우버의 주주 한 사람이 캘러닉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원래 이사회에 먼저 소송제기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 원고는 이사회가 아예 독립성이 없다고 보아 직접 제소한 것이다. 우버는 원고가 이사회에 먼저 소송을 제기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소송을 중단시켜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고 1심 법원은 우버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2020년 1월 13일에 델라웨어 주 대법원도 1심 법원 판결을 인용했다(McElrath v. Kalanick).

미국 판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추정되지만 복멸 가능하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특정 사외이사가 소송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이사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 독립성 추정은 복멸될 수 있다.

여기서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란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특정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지게 될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다른 이사와의 관계가 독립적이지 못한 경우란 첫째, 그 다른 이사와 중대한 개인적 또는 금전적 관계가 있는 경우, 둘째, (그 다른 이사가 지배주주인 경우) 사외이사의 지위가 해당 사외이사에게 현저하고 중대한 중요성을 가지는 경우다. 따라서 독립성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되게 된다.

우리나라 법은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상당히 기계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 최근에 새로 도입된 사외이사 임기 제한도 그 범주에 든다. 이런 방식은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동시에 정작 실제로 문제 있는 경우를 걸러내지 못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미국 판례를 연구해서 필요한 방식은 채택할 필요가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우버는 2019년 5월 모건스탠리 주관으로 기업을 공개했고 캘러닉은 2019년 말에 이사회에서도 물러나면서 25억 달러 이상의 우버 주식을 처분하고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완전히 떠났다. 이제 우버 사외이사들은 캘러닉에게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