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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가짜뉴스 잡는다더니"…민주당, 방송법 개정안 '논란'

민주당 10인 의원 '가짜뉴스 심의' 방송법 개정안 발의
코로나19 상황 강조하더니 법률안엔 '재난시 조건부' 언급없어

[편집자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2019.11.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2019.11.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명분은 사회적 문제가 되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막겠다고 밝히면서 막상 발의된 법안에는 '재난상황'을 국한하지 않고 있어 청와대와 여당이 칼을 빼든 '가짜뉴스 잡기' 의도를 노골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이원욱 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혐오 차별과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과장 기사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며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어 이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연일 매체를 가리지 않고 코로나19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특정 지역·집단에 대한 혐오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추측·과장 보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 코로나19에 대한 각 방송사 보도에 대한 심의는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라며 해당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신구조문 비교. 코로나19나 재난상황으로 한정하는 내용은 없다.© 뉴스1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신구조문 비교. 코로나19나 재난상황으로 한정하는 내용은 없다.© 뉴스1

◇코로나19 상황 강조하더니…개정법률안에 가짜뉴스 심의한다는 내용뿐

하지만 막상 공개된 의안원문에는 '코로나19'나 '재난상황'에 대한 문구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개정법률안은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를 통해 "방송에서는 가짜뉴스와 혐오발언 등으로 연령, 성별, 지역 등 여러 계층에서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며 "방송으로서의 중립성 및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할 뿐이다.

개정법률안 조문에도 '코로나19' 내지는 '재난상황'으로 한정짓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단순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을 다룬 현행 방송법 제33조 2항 제8호에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으로 인종·민족·지역·종교 외에 '혐오'를 추가하고, 제17호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 및 과장된 보도에 관한 사항'을 신설한다는 내용뿐이다.

현재 방심위는 방송법 제33조의 심의규정을 기준으로 방송 내용을 심의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이나 '관계자 징계' 등의 결정을 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측 및 과장된 보도에 관한 사항'이 심의규정으로 추가될 경우, 방송 보도 내용의 전반적인 '가짜뉴스'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방심위에 과도하게 부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원욱 의원 측 "코로나19 언급 누락은 비서가 작성 중 충분히 검토 못한 탓"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심의규정에 재난상황 같은 용어를 넣으면 앞의 심의규정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도 코로나19나 재난 상황으로 한정짓는 내용이 빠진 이유는 "법안 취지를 의원실 비서가 작성했는데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는 강조하고 있는 재난상황 관련 오보대응 문제를 정작 법안에는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숨기거나 한 것이 아니다"라며 "아직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는데 회부돼 논의할 때는 재난상황이라는 부분을 명확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7일 소관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7일까지다.

현재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해당 법률안이 입법예고된지 8일째인 26일 현재 6500건 이상의 달하는 의견이 제기된 상태다. 대부분의 의견은 "차별이나 편견을 금지한다는 명목아래 자칫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는 등 해당 법안을 비판하는 의견이다.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방송법 개정안에 3690여건의 의견이 제기되어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 뉴스1
국회입법예고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방송법 개정안에 3690여건의 의견이 제기되어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 뉴스1

◇"해당 개정법률안, 언론 탄압 위해 활용될 가능성 높다"는 지적도

이번 개정안은 이 의원을 비롯해 △안호영 △이규희 △홍의락 △박경미 △송갑석 △서영교 △이학영 △김병관 △이인영 등 민주당 의원 10인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래 강력한 대응·대책을 내놓아 왔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를 방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기로 했다.

김진욱 한국IT법학연구소장(변호사)은 "이번 개정법률안은 언론 탄압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물론 해당 입법안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를 겨냥한 부분도 있겠지만,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일련의 흐름을 봤을 땐 언론 표현의 자유도 규율하겠다는 취지도 있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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