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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수록 빚더미" 퇴사 권하는 여행사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고용지원금·융자도 부담
"관광진흥기금, 대출아닌 보험 형태로 운영돼야"

[편집자주]

사진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얼마 안 된 지난 1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여행사의 한산한 모습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은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얼마 안 된 지난 1월 말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여행사의 한산한 모습 © News1 이재명 기자
"사스·메르스 때도 아무리 힘들었지만 직원들 월급을 단 하루도 밀리지 않았는 데, 이번엔 결국 직원들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했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여행업계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특히 10인 이내 규모의 여행사 대표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나 해외할 것 없이 여행 수요가 뚝 끊겨 수입이 없는 상태에도 매달 정해진 금액의 임대료와 직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어려움에 처한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고용유지지원금'과 '특별 융자'를 확대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금의 지원방안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당장 수입이 끊긴 여행사가 직원의 임금을 선지급하는 구조이고, 무담보 융자의 경우 3년 내에 원금을 갚아야 하는 등 일부 조건이 민간 금융기관보다 더 까다롭다. 게다가 절차를 밟는 데만 최소 한 달이 걸린다. 
   
그래도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여행사들은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사태가 지속되면 소규모 여행사는 자금 없이 빚만 쌓여 파산 직전까지 몰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여행 전문여행사 대표인 A씨는 최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버텨봤지만, 힘들어 직원들에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 처리할테니 퇴사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수입도 없는데 4대 보험료를 내야 하고 직원들의 퇴직금이 쌓이는 것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혔다"고 밝혔다.

해외 개별여행상품을 판매한 B씨는 "해외에서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한 시점부터 전 직원이 유급휴직에 돌입했지만 4월부터 무급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직원들과 함께 버티고 싶었는 데 몇 명이 남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여행사들은 직원들의 휴업수당을 최대 90% 지원받을 수 있다. 나머지 10%는 여행사 부담이다. 반면, 여행사 대표를 위한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국내여행 전문여행사 대표인 C씨는 "고용부에 가서 대표를 위한 지원은 없냐 했더니 단호하게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사실상 대표도 급여를 책정해서 월급을 받는 신세인데, 현재로썬 아무 소득 없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위기 대응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최근 뉴스1에 정부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보험 형태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제2의 코로나 사태를 대비해 지금처럼 기금을 통해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원하는 관광업종을 대상으로 매달 일정금액을 적금식으로 받아 기금울 조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위기 때 쓰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은 정부출연금, 카지노 사업자 및 국외 여행자의 납부금, 기금 운용으로 생기는 수익금 및 기타의 재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관광산업의 피해가 최대 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한국 관광산업의 피해액은 31억3330만달러(약 3조7224억원)에 이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피해 규모는 0.19%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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