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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왜 바로 조주빈 신고 안했을까…석연찮은 의문들

협박시점 공개 안돼 의구심 커져…"신고했다면 박사 조기검거"
전문가들 "즉각 신고했어야…위축되겠지만 초기 대응 아쉬워"

[편집자주]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2일 경기 고양시 일산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 2020'을 진행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2020.1.2/뉴스1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2일 경기 고양시 일산 JTBC 스튜디오에서 'JTBC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 2020'을 진행하고 있다.. (JTBC 화면 캡처) 2020.1.2/뉴스1

손석희 JTBC 사장이 '텔레그램 박사방 성착취' 혐의를 받는 조주빈(25)에게 "협박을 받아 돈을 지급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손 사장의 설명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등에는 "손 사장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조씨의 요구를 수용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손 사장이 관련 입장문에서 조씨에게 협박 받은 시점 등을 특정하지 않은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범죄 전문가들은 "손 사장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인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사회 저명인사인 손 사장이 바로 신고했다면 더 이른 시기에 조씨 검거 기회가 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사장이 25일 JTBC를 통해 밝힌 입장문을 보면 조씨는 흥신소 사장이라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손 사장에게 접근했다. 조씨는 프리랜서 기자인 김웅씨가 손 사장과 가족에게 위해를 가해 달라며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손 사장은 "조주빈은 금품을 요구했고 증거확보를 위해 손 사장이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은 손 사장이 "신고를 미루던 참"이라고 해명한 부분이다. 손 사장은 "위해를 가하려 마음먹은 사람이 K씨(김웅 기자)가 아니라도 실제로 있다면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다"며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2020.3.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날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신상을 공개했다. 2020.3.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 같은 해명을 두고 "협박 받아 금품을 줬다면 바로 신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조씨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 "얼굴도 모르는 사람(조씨)에게 끌려 다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온라인상에 확산하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손 사장이 신고를 미룬 행동의 배경을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조씨의 협박은 손 사장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었다"며 "즉각적으로 신고해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만일 손 사장이 협박받는 즉시 신고했다면 경찰이 거주지를 비롯한 조씨의 신원을 조기에 파악하는 기회를 잡았을 수 있다"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관련 장비와 수사 노하우를 보유한 전담 인력(수사기관 인력)에 사건 해결을 요청했으면 손 사장 본인에게도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손 사장이 김웅 기자와 법적인 분쟁을 벌이고 그전에도 특정 세력에게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아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손 사장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걸린 문제라 외부로 노출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식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도 "손 사장은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성향이라 자신이 협박받은 사실이 부각됐을 때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까 불안해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 사건에 연락된 것 자체가 본인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어 조심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25일 오전 목에 보호대를 차고 언론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조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석희 사장, 윤장현 전 시장, 김웅 기자 등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손 사장을 언급했다.

이후 경찰은 '손 사장도 조씨 범죄의 피해자'라는 점을 시사해 조씨와 손 사장 간 관계에 이목이 집중됐다. 손석희 사장은 자신을 상대로 한 불법취업 청탁 등 혐의를 받는 김웅씨 재판에 증인으로 이날 출석했지만 취재진을 따돌리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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