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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사 후계 '태평양' 있다…보안 더 센 메신저로 이동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 2월까지 1만명 '원정대' 운영…'와이어'로
박사, '위커'에서 '연예인 성착취물' 광고…'입장료 340만원'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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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들의 성착취물 영상을 공유한 'n번방'과 '박사방' 등의 운영진들에 대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가운데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뿐만 아니라 '위커'와 '와이어' 등 보안성이 한층 강화된 메신저에서도 이들의 유출영상이 퍼지는 정황이 발견됐다.

위커와 와이어에서는 구속된 '박사' 조주빈(25)의 뒤를 잇는 박사방 회원 닉네임 '태평양'이 급부상하면서 성착취 영상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사가 잡혀도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더욱 찾기 어려운 곳으로 숨어들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26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박사방은 지난 11월부터 위커라는 메신저에서 고액 입장권을 지불해야 볼 수 있는 유출 영상을 공유했고, 박사방 회원이었던 '태평양'이라는 운영자는 올해 1월 와이어라는 메신저로 옮겨갔다는 정보가 입수됐다. 위커와 와이어 모두 텔레그램처럼 암호화 기반 메신저로 두 회사 모두 개인정보가 외부에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안은 텔레그램보다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2월부터 경찰청에서 사이버성범죄를 단속한다며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고 60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한 날 이후 텔레그램 상의 성착취 영상 공유방들은 대거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말 위커로 이동한 수위가 가장 센 성착취 영상들과 올해 초 와이어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들은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먼저 박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텔레그램 박사방에 위커의 다른 방을 소개하며 연예인 피해자가 포함된 성착취 영상을 공유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장료 또한 가장 높은 300만원 이상이었고 박사는 "가장 하드코어한 영상을 올려놓겠다"고 광고했다고 한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박사는 고액의 입장료를 받는 위커방에선 회원이 신분 검사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사에게 신상을 공개하면 150만원 정도, 신상을 공개 안하면 300만원 정도 입장료를 받았다"며 "일반인과 연예인들의 노예 영상과 실시간 이벤트 진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박사에게 본인의 신분과 직업, 재산의 정도도 말해야 했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박사는 성착취 영상의 수위별로 3단계 방을 운영하며 각각 20만원, 50만원, 150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가상화폐로 받았다. 유료방에서 박사 일당과 성폭행과 협박 등을 도운 자들은 '완장'이라 불렸고 이들은 박사에게 신분을 공개하며 서로 결속을 다졌다. 박사는 위커 방에서는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총 340만원 정도를 참여자들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이 회원들과 텔레그램에서 나눈 대화 © 뉴스1 (제보자 제공)
태평양이 회원들과 텔레그램에서 나눈 대화 © 뉴스1 (제보자 제공)

이 과정에서 닉네임 '태평양'을 쓰는 박사를 이어가는 후계자의 역할이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태평양은 박사방 유료회원 출신으로 직접 운영진으로 합류해 201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 안에서 최소 8000명에서 최대 1만명의 회원이 가입된 '태평양원정대'라는 성착취 영상 공유방을 별도로 운영했다고 한다. 

태평양원정대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은 지난 2월 폭파된 상태지만 태평양은 회원들에게 지난해 1월부터 '와이어로 갈 것'이라고 공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뉴스1>이 확인한 결과 태평양은 평소 텔레그램에서도 n번방 혹은 박사방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성착취 영상 캡처본을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확인됐다.

태평양이 제보자에게 보낸 사진에는 한 나체의 여성이 벌을 서고 있는데 '박사'라는 글이 몸 중앙에 합성되어 있었다. 박사방 유출 사진에서 봤던 영상과 동일했다. 태평양은 '미공개 자료'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이라며 회원에게 영상을 배포하려고 했다.

텔레그램처럼 이용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위커와 와이어를 직접 접속해보니 둘 다 이메일을 통해 간단히 가입할 수 있었으며 별다른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았다.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처럼 전화번호부로 동기화되는 것도 아니고 채팅방 주소나 상대방의 메일 주소를 미리 알지 못하면 아무런 대화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전화번호 인증으로 가입하는 텔레그램과 달리 이용자들을 특정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한편 복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성착취 공유물로 텔레그램의 변종으로 알려진 게임 전용 메신저인 디스코드 방에는 주로 10대 학생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입장료를 지불할 능력이 되는 회원들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위커나 와이어 등으로 흩어져 활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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