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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 공짜 아냐'…경제·사회학자들 "증세 불가피"

[재난기본소득ⓛ]경제·사회학자 4인에게 물었다
전문가 "재정, 화수분 아냐" vs "사회적갈등 고려 일괄 지급해야"

[편집자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2020.2.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던 중 눈을 감고 있다. 2020.2.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지급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재원 마련에 막판 고심 중이다. 재정부담 때문에 전국민 대상이 아닌 선별적 지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수백·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대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결국 증세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세수조달이 원활하지 않아 재원 조달을 위해 적자국채 발행에 나서야 하고 이후 재정적자를 메우려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재난기본소득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26일 <뉴스1>이 재난기본소득 관련 경제·사회학자 4인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이중 2명이 재난기본소득으로 인한 증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나머지 1명은 재정 한도 내에서 선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뷰에는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과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백승호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지금부터 세금낼 준비해야"

이인호 회장은 우선 "현재 세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에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방법 밖에 없다"며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마련한 뒤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증세를 해서 메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IMF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기업에 공적자금을 넣어서 살린 뒤 나중에 공적자금 회수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재난기본소득은 일단 개인이나 각 가정에 지급되면 끝이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교수도 재난기본소득이 결국 증세로 이어져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 교수는 "문제는 재난기본소득 때문에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정부가 세금을 많이 걷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며 "실제로 많이 걷을 수밖에 없다. 국채를 발행해 재원은 마련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국가채무는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그러면 지금부터 세금 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미국처럼 우리도?…피 같은 재원 낭비 안돼

전문가들은 또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과 국내 상황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인호 회장은 "나중에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회복되면 재정을 또 써야 할 텐데 재정이 화수분도 아니고 막 쓰면 힘들다"며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달러를 찍어내서 재난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돈을 막 찍으면 원화가치가 떨어져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재정 쪽에서 조심성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한정적 재원 문제 때문에 전국민에 대한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기자단 간담회에서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기본소득을 줄 것인지, 어려운 계층이나 타깃 계층에 줄 것인지 갈래가 나눠지는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요구하는)모든 국민들에게 주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순 교수도 "소득 잃거나 실직했거나 무급휴직 또는 사업할 수 없게 된 그런 취약계층에게 소득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데 우리 국민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십시일반으로 10만원씩 나눠주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 필요성이 큰 취약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집중 지원이 더 필요한 과제다"며 "지금은 모든 이들에게 돈을 조금씩 줄 정도로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피 같은 재원을 낭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반면 일부 전문가는 경제적 비용을 감안해 재난기본소득 지급대상을 제한하는 것보다 대상 선별에 따른 갈등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정부가 포괄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백승호 교수는 "지급 금액이 중복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며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받는 식으로 정부가 현재 골라낼 수가 없다. 그것이 사회적 비용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비용도 중요하지만 국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중요하다"며 "갈등을 없애고 장기적으로 보면 코로나19 끝난 이후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경제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등 생계지원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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