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기자의 눈] "악의적 짜깁기"라는 박지윤…문제는 46만 팔로워 잊은 언행

[편집자주]

박지윤/뉴스1 © News1 DB
박지윤/뉴스1 © News1 DB
"역병 속에 피어나는 가족애."

"남편이 직장(KBS)에 출근하는 것보다 안전하다."

"요즘 이래라 저래라 프로 불편러들이 왜 이렇게 많아. 자기 삶이 불만이면 제발 스스로 풀자. 남의 삶에 간섭 말고."

"인과관계 없는 두 사건을 악의적으로 짜깁기한 누군가에 의해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기사들로 저는 어제 하루 많은 분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공영방송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박지윤이 SNS에 올린 경솔한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46만 팔로워가 있는 SNS 계정에 '독백'(박지윤의 표현)을 올려 뭇매를 맞았다, 이번에는 사과문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기사를 통해 악의적으로 짜깁기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기사화가 되면서 불거진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커뮤니티에서 발단이 됐고 그 흐름이 기사를 통해 반영된 것인데, "악의적 짜깁기"라고 표현해 또 다시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발단은 박지윤이 지난 21일 가족여행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데서 비롯됐다. 당시 박지윤은 "즐거웠던 50여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역병 속에 피어나는 가족애를 실감하며 카페로 향했다"는 내용의 글도 함께 남겼다. 이에 한 네티즌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권고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고, 박지윤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프라이빗 콘도에 가족끼리만 있었다"며 "남편이 직장에 출근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답변했다.

이후 대중들을 불편하게 한 박지윤의 SNS 글은 며칠이 흐른 후인 지난 24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올라왔다. 당시 박지윤은 "요즘 이래라 저래라 프로 불편러들이 왜 이렇게 많아. 자기 삶이 불만이면 제발 스스로 풀자. 남의 삶에 간섭 말고"라고 남겼다. 이후 드라이기 제품 홍보글이 다시 한 번 올라왔고, 박지윤은 "이 글 또한 불편하신 분들이 계시겠지만 판매자로 최선을 다하고자 눈앞의 고기를 물리고 쓴 글이오니 칭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최동석 앵커 (KBS 제공) © 뉴스1
최동석 앵커 (KBS 제공) © 뉴스1

박지윤의 이 같은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됐고, 불똥은 그의 남편이자 현재 KBS 간판 뉴스인 '뉴스9'의 메인 앵커 최동석 KBS 아나운서에게 튀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란과 '뉴스9' 시청자 게시판에도 상당수의 비판글이 게재된 것. 네티즌들은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동석 아나운서가 공영방송 앵커로서 당국 방침에 따라 외출 자제를 권고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가족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내 박지윤의 발언으로 '공영방송 간판' 아나운서의 책임론까지 대두됐다. "남편이 직장에 출근하는 것 보다 안전하다"고 하는 등 남편 최동석 아나운서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의 메인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도 대중을 불편하게 했다. 대중이 비판의 목소리를 낸 대상은 "남의 삶에 간섭 말아야 할" 일반인이 아닌, 공영방송 KBS의 메인뉴스 앵커였다. 그래서 박지윤의 발언은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왼쪽 최동석 아나운서/KBS제공, 박지윤/뉴스1DB© 뉴스1
왼쪽 최동석 아나운서/KBS제공, 박지윤/뉴스1DB© 뉴스1
이제 박지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운영하며, 사진으로 얼굴을 공개한 네티즌들의 팔로우 신청만 수락하고 있다.

박지윤이 26일 법무법인을 통해 발표한 사과 입장문에 따르면, 그의 46만 팔로워가 있는 SNS는 '개인 공간'이고 이곳의 게시물이 옮겨지면 이는 '유출'이다. 입장문에서 그는 "25일 두 가지 삭제된 제 개인 공간의 글들이 마치 한 사건인 양 악의적으로 짜깁기 되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됐고, 그로 인해 최초 보도가 나갔다. 그 이후에는 비슷한 논조의 후속보도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자신의 계정이 비공개인 탓에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 생각될 수 있었겠지만, 약 45만6000명에 달하는 팔로워가 모두 개인적이고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아니기에 결국 비공개 계정도 대중에게 열려 있던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프로불편러' 발언도 다수의 대중을 향해 일침을 가한 것이 맹세코 아니고, 악플을 보고 자괴감이 들어 토로하고자 쓴 취지의 독백이라 했으나, 문제는 약 46만명의 팔로워들이 보는 공간에서 나온 말이었다는 점이다. 이 발언을 알아들어야 할 대상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았기에 애초부터 오해와 논란을 낳을 여지가 있었다는 점이 간과됐다. 

정리하자면 이번 논란은, 이를 보도한 기사들이 단순히 앞뒤의 흐름과 개연성 없이 이슈를 양산한 것이 아닌, 애초부터 '문제의 여행 사진과 네티즌 댓글에 대한 답변, 프로불편러 발언'이 순차적으로 흐름을 만들면서 불거진 해프닝이다. 누적된 논란이 형성한 흐름이 기사에 반영됐고, 박지윤은 경솔한 발언에 따른 책임과 반성의 무게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인신공격 등 이유없는 악플과 비판이 불거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사가 악의적이라 탓하는 것이 아닌, 사과와 문제가 된 글의 자초지종 정도만 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모양새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연예인들이 대중과의 소통을 바라면서 기사화는 별개의 영역으로 선을 긋곤 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팬들, 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네티즌들과 열린 소통을 하고 싶어하면서도 SNS가 자신에게 역기능을 할시엔 '개인 공간' 혹은 '사적인 영역'으로 구분짓는다.

이는 대중과 맞닿을 수밖에 없는 공간과 영역, 매체 등에서 언행에 따른 책임을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책임의 무게가 지나치고, 대중의 엄격한 잣대가 가혹하다면, 혹은 대중의 비난과 비판을 현명하게 구분할 자신이 없다면 SNS를 하지 않는, 매우 단순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SNS를 중단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계정에 지켜보는 많은 팔로워가 있다는 사실과 논란이 제기된 근본적인 원인을 자각하고 적절한 사과를 통해 조심스럽게 소통해갈 필요가 있겠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