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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국민연금도 조원태 지지…"승기 굳혔다"

현 경영진 견제 차원 3자연합 측 김신배 후보도 찬성

[편집자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1 DB) © 뉴스1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스1 DB) © 뉴스1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꼽혔던 국민연금이 한진가(家)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의 승자는 조 회장으로 사실상 일단락됐다.

다만, 국민연금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의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에 대해서도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 주주총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26일 제8차 위원회를 열고,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을 비롯해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한진그룹이 추천한 이사 후보진 7명 전원에게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현 경영진을 교체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도 이번 결정에 반영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조 회장 측이 37.49%다. 반면 3자 연합은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 3.2%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돼 28.78%에 불과하다. 지분율이 1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2.9%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까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3자 연합이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사내이사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한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주총 출석률을 80%로 가정하면 40%의 지분이 필요한데, 조 회장은 기존 우호 지분에 국민연금 지분을 더해 40%가량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변수는 남아있다. 수탁위가 3자 연합이 사내이사 후보로 제안한 김 전 부회장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수탁위는 3자 연합의 후보진 7명 중 김 전 부회장,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를 제외한 5명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주총의 핵심안건은 조 회장의 연임과 3자 연합이 제안한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7명에 대한 선임안인데, 국민연금이 3자 연합 측 후보에도 찬성 의견을 던지면서 이번 주총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모든 주주가 동일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일부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를 결성해 3자 연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 연임에 찬성표를 던진 주주가 3자 연합 측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실제 수탁위 내부에서도 조 회장 연임에 대한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장기전을 준비하는 3자 연합의 경우 일부 후보만 이사회에 진입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한진그룹 경영권에 목소리를 내면서 그룹 내부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양측이 추천한 인사들이 이사회를 구성하게 되면 안건마다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3자 연합 측이 딴지를 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3자 연합 측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데 이어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의 손을 들어주며 분위기가 기운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주총 이후의 양측의 전략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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