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박사방 유료회원 확인은 시간문제…암호화폐 지갑이 '지문'

모든사용자 거래대조가 블록체인 '생명'…흔적 반드시
추적불가 모네로? 사이트 통한 거래 로그 등 있을 듯

[편집자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 News1 송원영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 News1 송원영 기자

성착취 영상이 공유된 텔레그램 '박사방'과 'n번방' 등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경찰이 조만간 조주빈(25) 계좌와 관련 있는 이들에 대한 수사를 벌일 전망이다.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져서 유료회원들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로 주고받은 탓에 되레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들을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암호화폐는 복수 장부를 이용해 불법이나 탈법을 감출 수 있는 기업의 분식회계와 달리 전체의 장부를 해당 암호화폐 보유자 전원이 나눠갖고 거래시마다 이를 전부 대조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유통 내역이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다. 

특히 외장하드나 USB에 담은 암호화폐파일을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아닌 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에는 기록이 남게 돼 있다. 경찰의 수사의지와 속도에 따라 박사 조씨 등과 암호화폐를 거래한 인원을 비교적 쉽게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조씨는 2018년 12월부터 성착취 영상을 거래하는 '박사방'을 3종류 다단계로 운영하며, 입장료격인 후원금을 각각 20만~150만원 상당을 암호화폐로 받아왔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는 25일 조씨 암호화폐 지갑을 역추적해 최소 220건의 입금, 30억원대 자금 흐름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 13일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관련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3개와 19일 대행업체 베스트 코인을 압수수색했다. 21일에는 대행업체 비트프록시에 수사협조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거래사이트와 업체들로부터 회신 받은 자료를 분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주로 받은 암호화폐는 이더리움, 비트코인, 모네로 등이다. 특히 조주빈은 회원들에게 기록이 남지 않아 추적이 어려운 모네로를 이용해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네로는 범죄 수단으로 많이 이용돼 '다크코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암호화폐를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개인 인증과 현금 입금 내역이 사이트 로그에 남을 수 밖에 없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이와 같은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텔레그램 n번방 박사(조주빈), 와치맨, 갓갓 등 관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이와 같은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조씨에게 입금한 박사방 이용자가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인터폴(국제형사기구) 등과 국제공조 등을 통해 내역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지며 수사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성착취물을 만든 사람, 산 사람, 본 사람을 모두 처벌하라'는 500만명 이상 국민청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 출범하며 "더이상 해외서버를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폴(국제형사기구),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수사청(NSA) 등 외국 수사기관은 물론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과 국제공조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해외 암호화폐 거래사이트도 접촉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 청장은 또 "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게 모든 수사의 열쇠다"며 "모든 불법행위의 접촉과 흔적을 찾아서 철저하게 불법행위자를 퇴출하고 그 행위에 상응하게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가입내역과 현금 입금 내역, 조씨의 암호화폐 지갑에 남아있는 흔적(로그)가 'n번방' 참여자를 찾는 '열쇠'인 셈이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