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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생계 모두 벼랑 끝…'한부모 가정' 코로나 직격탄

"자녀 양육과 생계 위한 벌이 같이 할수 없는 구조"
"어떤 지원 시급한지 파악해 맞춤형 정책 만들어야"

[편집자주]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직장을 잃어서 수입은 없는데 사춘기 아들은 반항까지 하니 솔직히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네요."  

14년간 혼자 아이를 키워온 조미정씨(가명·41·여)는 계약직 시간강사다. 종일 일하며 아이를 방치할 수 없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 시간강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학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미정씨의 수입은 3개월째 '제로(0)'다. 미정씨가 정규직 교사였다면 코로나19에도 일거리와 이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았겠지만, 시간강사이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았다. 중학생인 아들도 학교에 못 가고 집에 머무르다 보니 식비 지출은 늘어만 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벌이와 육아를 혼자 해결해야 하는 한부모 가정은 흔들리고 있다. 한부모들은 육아 및 양육과 생계를 모두 책임지기 위해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선택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사실상 실직상태에 놓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활비 지출이 증가하면서 생활고를 겪는 저소득층 한부모들도 늘고 있다. 일부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육아와 양육 부담을 이전보다 더 크게 느끼고 직장 퇴사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와 씨름하는 한부모

지난 3월에 한부모가 된 김가영씨(가명·35·여)도 조미정씨와 비슷한 처지다. 가영씨 또한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출이 늘어 힘들다고 털어놨다.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세후 160만원 내외의 월급을 받는 가영씨에게 재산은 연식이 10년도 넘은 낡은 승용차 하나가 전부다. 하지만 '한부모가족증명서'를 발급받을 정도로 '충분히' 가난하지 못해 정부가 제공하는 법정 한부모 혜택을 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계속 발생하는 마스크 비용도 가영씨에게는 큰 부담이다. 가영씨는 생활이 빠듯해 핸드폰 소액결제로 아이 식비를 충당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실비보험까지도 해지해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

한부모들은 소득이 낮아 코로나19의 충격을 흡수할만한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 실직의 위험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한 한부모 중 36.1%만이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219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인 389만원의 56.5%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한부모연합에서 지난 10일부터 17일 사이 한부모 가구주 25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47.5%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중 실직 등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2주 추가 연기한 17일 전북 전주시 서곡중학교에 학사일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1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2주 추가 연기한 17일 전북 전주시 서곡중학교에 학사일정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3.17/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코로나19로 보육시설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게 될까 두렵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한부모들은 생계뿐만 아니라 육아와 양육에도 적잖은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가영씨는 아이를 3월부터 시립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입학이 미뤄져 급하게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단설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다. 하지만 가영씨의 아이는 유치원 적응을 어려워했다.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은 가영씨의 아이보다 나이가 한두살 더 많을뿐더러 모두 기존 재원생이어서 그들간의 또래집단이 이미 형성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가영씨는 힘들어하는 아이를 직접 돌봐야겠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무급 휴가를 냈다. 지난 16일 고용노동부는 한부모 가정에게 10일간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는 '가족돌봄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영씨는 직장에 자신이 한부모라는 걸 밝히기 두려워 이를 신청하지 못했다.

휴가 도중 일하던 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가영씨는 유치원으로부터 병원에 출근했었냐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휴가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한 가영씨는 혹여 병원에서 또다시 확진자가 나올까 봐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잠재적 코로나19 보균자 후보군에 오르고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등원을 자제해달라는 연락을 받을까 걱정돼서다. 

또 원래 체력이 좋지 않던 아이는 긴 시간 동안 유치원에 있다 보니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등원하지 못하면 가영씨는 직장을 퇴사하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육아 공백은 가영씨를 실직과 생활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문턱에 데려다 놓았다. 

이렇듯 한부모는 홀로 생계와 육아를 도맡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다.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를 선택하면 생계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육아를 포기하고 직장을 선택하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된다. 

◇전문가들 "사각지대 해소하고 맞춤형 복지정책 시행해야"

전문가들은 한부모들이 차량이 있거나 정부가 정한 소득 기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경우 정부 지원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이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한부모 가족의 권익을 옹호하는 단체인 한국한부모연합의 전영순 대표는 "재산을 가지거나 근로소득이 조금만 지원기준을 넘어도 한부모는 국가에서 실행하는 복지혜택을 하나도 받을 수 없다"며 "한부모들 중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위급한 경우 생계에 대한 준비 없이 실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생계급여 지급 등 정부의 세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직이나 육아 공백 등 한부모들이 겪는 각기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강릉 원주대 이세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필요한 것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한부모 가정마다 어떤 어려움이 있고 무엇이 가장 시급한지를 먼저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맞춤형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며 "육아의 문제가 있는 한부모 가정에는 아이돌보미를 연결해주고,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에게는 생활 급여를 지급하는 식의 특화된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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